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자들이 7일 한국은행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소위 ‘한국판 양적완화’가 가시화될 조짐이다. 새누리당이 4·13 총선 공약으로 내세울 때만해도 강봉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의 개인생각이라고 치부했던 유일호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같은 발표 하루전인 6일 “일리 있다”며 한발 물러선 것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여당과 정부간 물밑 조율이 끝난게 아닌가라는 관측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통화·재정 관련 전문가들은 이같은 분위기를 탐탁지 않게 보는 분위기다. 설령 이를 추진하더라도 풀어야할 숙제가 많고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국회 논의부터 쉽지 않아 보인다. 여당이 선거과정에서 불쑥 공약으로 발표한데다 야당인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에 대해 “현실 파악을 못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나서는 등 이미 경제문제가 아닌 정치문제화하고 있어서다. 설령 법이 통과돼 실행되더라도 부작용이 많다는 평가다.
미국 연준(Fed) 시니어 이코노미스트 출신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의 동의를 얻는 공론화가 필요했음에도 그런 것이 없었다. 내용도 불확실하다”며 “(여야가) 감정적으로 싸우는 것도 경제적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같은 정책이) 필요한 시기인지도 의문이다. 경제가 안좋다고 쓸 약도 아니다”며 “정책이 실행된다하더라도 도덕적 해이(모럴헤저드)나 대기업은 망하지 않는다는 대마불사 인식을 초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외환위기 때를 비롯해 과거 한은이 특별융자를 한때가 많았다. 관치금융시대의 산물로 중앙은행으로서는 지양해야 할 정책”이라며 “특정분야에 자금이 흘러가게 하는 것은 재정정책으로 하는게 맞다”고 말했다.
결국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업 살리기 수단일 뿐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익명의 한 전문가는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계 살리기용인 듯 싶다. 경쟁국가들이 버티지 못할 때까지 돈을 대주자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