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그리고 가장 큰 규모의 수리시설로 알려진 김제 벽골제의 수문 구조가 분석됐다.
문화재청은 29일 전북문화재연구원(이사장 최완규)이 이달 초순부터 전북 김제 부량면 신용리 219-5번지 일원에서 진행 중인 발굴조사를 통해 벽골제 수문 중 하나인 '중심거(中心渠)'의 형태와 축조방법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파악된 중심거의 잔존 규모는 길이 17.7m, 너비 14.8m이다. 중심거 중간에는 거대한 나무판을 끼워서 세울 수 있는 길쭉한 돌인 하인방석(下引枋石)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양쪽에 돌기둥이 있는 하인방석은 길이 4.2m, 너비 0.8m이며, 가운데에 기다랗게 '철'(凹) 자형 홈이 있다. 이 홈페 나무판을 끼워 수문을 열고 닫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전북문화재연구원은 중심거 수문의 형태가 중국 상하이 우쑹강 하구에 있는 '지단원원대수갑' 유적과 매우 유사하고, 흙을 쌓아올리는 성토기법이 일본 '사야마이케'와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벽골제는 우리나라 최대의 고대 저수지다. 백제 11대 비류왕 27년(서기 330년)에 세워진 벽골제는 약 1700년 전에도 정밀 토목기술이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벽골제는 통일신라 시대인 원성왕 6년(서기 790년) 증축한 사실이 기록돼 있고, 이후 조선 태종 15년(서기 1415년)에도 이를 보수하고 축조한 역사가 남아있다.
벽골제 수문은 당시에도 저수지 축조기술은 물론 정밀도가 매우 높은 수준측정법(水準測定法)이 동원됐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진만강 전북문화재연구원 책임조사원은 "중심거는 지난 2013년 존재가 알려졌으나, 이번 발굴조사로 구조가 완전히 밝혀졌다"면서 "올해는 중심거와 경장거를 중점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