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일산업이 이번 정기주주총회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적대적 인수합병(M&A) 세력들이 주총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사내이사 선임 등 현 경영진 측이 내세운 주요 안건들이 원안대로 통과되면서다. 적대적 M&A 세력들이 제기한 '이사 및 감사 지위확인'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는 등 여전히 불안 요소는 있지만, 오너 측이 경영권 확보에 한발 더 다가섰다는 평가다.
24일 신일산업에 따르면 이날 서울 송파구 가든파이브에서 열린 '제57기 정기주총'에서는 김권 비상근 사내이사, 이동원 사외이사 선임 등 안건으로 올라온 총 6개 의안이 별탈없이 통과됐다. 황귀남씨 등 적대적 M&A 세력들로 인해 파행을 일으켰던 지난해 주총과는 다른 행보다. 이 같은 신속한 주총 전개는 이날 적대적 M&A 세력들이 모두 참석하지 않으면서 이뤄졌다.
주요 안건들이 무리없이 통과되면서 오너 측의 경영권 확보도 비교적 긍정적으로 흘러가게 됐다. 하지만 '절반의 성공'이다. 전날 법원이 적대적 M&A 세력들이 제기한 '이사 및 감사 지위확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신일산업은 당초 정윤석 전무의 사내이사 선임과 최성환 감사 선임 등을 이날 주총에서 의결하려고 했지만, 이번 가처분 신청 승인으로 무산됐다.
이날 적대적 M&A 세력들이 주총장에 나타나지 않은 것도 전날 법원의 가처분 신청 승인이 충분한 역할을 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6명의 이사 및 감사 중 임기가 만료된 2명의 자리는 공석으로 남게됐다. 향후 적대적 M&A 세력들의 이사ㆍ감사 선임에 있어 오너 측과 부딪힐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신일산업 측은 이번 주총을 기점으로 적대적 M&A 세력들의 움직임에 적극 대응해나간다는 입장이다. 이날 사내이사 선임이 무산된 신일산업 정윤석 전무는 기자와 만나 "이번 주총 안건 상정을 통해 정상적인 이사회 구성을 기대했지만, 예상치 못한 법원 판결로 아쉬운 점이 남았다"며 "향후 발생하는 모든 사안에 대해 적극 대응해 회사의 경영 안정화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최근 추진했다가 무산됐던 회사 매각도 앞으로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적대적 M&A 세력과 대결을 위해 '백기사' 역할을 할 수 있는 우호지분 확보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신일산업에 따르면 현재 김영 회장 등 오너 측의 우호지분은 약 40% 수준이다.
정 전무는 "우선협상대상자가 나오지 않은 관계로 주간사 메티스톤과의 매각 일정은 모두 취소됐고, 앞으로 회사 매각은 추진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업무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대상과 회사 경영권을 지킬 수 있는 우호지분 확보에 꾸준히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