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남서쪽 모슬포항에서 배를 타고 20분 정도 가니 친환경 녹색섬 ‘가파도’가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나라 최남단 섬 마라도와 제주도 사이에 있는 가파도는 0.85㎢의 작은 섬이다. 제주 부속도서 중 4번째 크기다.
해마다 4월이면 ‘청보리 축제’가 열리는 이 섬은 친환경 에너지 보급으로 섬에서 생산된 전기를 섬에서 소비하는 에너지 자립섬이다. ‘탄소 없는 섬(Carbon Free Island)’ 을 표방한다.
김미영 제주도 에너지산업과 사무관은 가파도의 풍력발전기와 각 가구의 태양열 발전소에서 전력이 생산되고 있지만 전력 저장장치 용량이 1MWh 밖에 안 돼 신재생 에너지를 24시간 저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추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것이 설치 완료되면 오는 7월부터는 100% 에너지 자립섬으로 탈바꿈한다.
19일 이곳을 방문했을 때 위력적인 바람에도 편안하게 풍화된 그대로의 자연이 펼쳐져 있었다. 가파도에는 대중교통은 없지만 시에서 보급한 전기차가 선착장에서 관광객들을 맞이했다.
생산품을 실어 나르려면 어쩔 수 없이 트럭이 필요하지만, 이 역시 조만간 전기차로 교체될 것이라고 제주도는 설명했다.
가파도는 지난 2009년 한전 등에서 전신주를 전부 지중화해 전신주가 없는 것도 눈에 띈다. 하늘을 가린 것이 사라지니 푸른 하늘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 전선은 지중화됐지만, 2m짜리 통신주가 남아 있는 점은 못내 아쉬웠다.
태풍이 몰고 오는 거센 바람에 전신주가 쓰러져 단전된 적도 많았지만, 전신주를 지하로 매설하고 난 뒤로는 전력 공급에 차질이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젊은이들이 다들 도시로 떠나고 섬에는 노인들만 남아 있었다. 인구가 줄지만 관광객은 늘고 있다. 마라도에 가는 관광객을 태운 배를 보기만 했지만, 친환경 녹색섬으로 바뀐 후에는 관광객이 많아져 지난해에만 10만명 가까이 가파도를 다녀갔다.
이 섬의 126세대 중 37세대는 태양광 집열판이 있었다. 5월말까지 11가구가 태양광을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가파도에서 이장을 지낸 김동옥(61) 씨는 “3kWh 태양열을 설치하고 나서 한 달에 5만~6만원 나오던 전기요금이 8000원 정도 크게 줄었다”고 했다. 연말에는 탄소 절감으로 2만원 상당 탄소 포인트 환급도 받는다며 웃었다. 태양광 발전기 설치에 들어가는 비용 800만원 중 설치 가구가 10%를 부담하고, 나머지는 시에서 보조해준다.
제주도 또한 가파도의 성공을 발판으로 섬 전체를 2030년까지 ‘탄소 없는 섬’으로 탈바꿈 시킨다는 계획이다.
인간은 수시로 바뀌지만 빛과 바람을 빨아들여서 먹고 살면서 더불어 사는 가파도의 색과 냄새는 언제든 그대로일 것만 같았다. 청보리가 어린아이 키만큼 자라는 4~5월에 다시 가파도를 찾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