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도에서 만난 사람] 나카마 미노루 쥬라오차드골프장 총지배인, “아이짱은 포기 몰라…반드시 재기”

입력 2016-03-18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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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키나와(沖縄) 구니가미(国頭)군에 위치한 쥬라 오차드 골프클럽 총지배인 나카마 미노루 씨. 이 골프장은 1970년 개장한 유서깊은 골프장이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거쳐갔고, 사건사고도 많았다. (오상민 기자 golf5@)
▲ 오키나와(沖縄) 구니가미(国頭)군에 위치한 쥬라 오차드 골프클럽 총지배인 나카마 미노루 씨. 이 골프장은 1970년 개장한 유서깊은 골프장이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거쳐갔고, 사건사고도 많았다. (오상민 기자 golf5@)

“멘소레(‘어서오세요’의 오키나와 방언)!” 건장한 체격의 중년 남성이 인사를 건넸다. 직감적으로 골프장의 책임자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일본 오키나와(沖縄) 구니가미(国頭)군에 위치한 쥬라 오차드 골프클럽의 총지배인이다.

“나카마 미노루(53ㆍ名嘉真稔)라고 합니다.” 그가 공손하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오키나와에서 나고 자란 토박입니다. 오키나와 밖으론 나가본 적도 없어요. 여권도 없습니다(웃음).” 조금 특별한 자기소개였다. 그는 곧 쥬라 오차드 골프클럽 구석구석을 안내하며 오키나와 골프장 자랑을 시작했다.

“오키나와엔 16개의 골프장이 있어요. 전부 특색이 달라서 누구라도 취향에 맞는 골프장을 선택할 수 있죠. 1년 내내 천혜 환경에서 골프를 즐길 수 있으니 그야말로 골프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사실 쥬라 오차드 골프클럽은 오키나와 제2호 골프장(미군 골프장 제외)이다. 1970년 문을 열어 올해로 47년째다. 그동안 참으로 많은 사람이 거쳐 갔고, 사건사고도 많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냐고 묻자, 서슴없이 미야자토 아이(31ㆍ宮里藍)라고 답했다. “아이짱(미야자토 아이의 애칭)이 네다섯 살쯤 됐을까? 아버지 마사루(優) 씨와 두 오빠(기요시ㆍ유사쿠)가 함께 골프장을 방문한 일이 있었죠. 아이짱의 집은 여기서 조금 떨어진 히가시손(東村)이란 동네인데 그때만 해도 오키나와엔 골프장이 많지 않았으니까. 여기서 골프를 시작한 셈이죠.”

그는 미야자토 아이의 첫인상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삼남매 중 막내였지만 가장 눈에 들어왔어요. 어린 아이가 인사성도 밝고 총명했으니까요.” 하지만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단다. “그냥 놀이삼아 골프를 배우는 줄 알았는데, 너무나 진지했어요. 아버지가 아이짱 뒤에서 스윙을 비디오로 촬영하기도 하고, 스윙을 일일이 체크하면서 교정하더라고요. 그 모습이 대단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쥬라 오차드 골프클럽 클럽하우스 앞에는 ‘멘소레’라는 문자가 눈에 들어온다. ‘이랏샤이마세(어서오세요)’의 오키나와 방언이다. (오상민 기자 golf5@)
▲쥬라 오차드 골프클럽 클럽하우스 앞에는 ‘멘소레’라는 문자가 눈에 들어온다. ‘이랏샤이마세(어서오세요)’의 오키나와 방언이다. (오상민 기자 golf5@)

어릴 적 총명했던 인상 때문일까. 나카마 씨의 미야자토 아이에 대한 신뢰는 확고했다. “지금은 슬럼프에 빠져 있지만 포기란 걸 모르는 아이에요. 어릴 적부터 승리의 기운이 철철 넘쳤으니까요. 반드시 재기할 겁니다. 그 모습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지켜볼 생각입니다.”

미야자토 아이는 2000년대 중반 85년생 동갑내기 라이벌 요코미네 사쿠라(31)와 함께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흥행을 이끈 주역이다. 그러나 JLPGA 투어는 두 선수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진출과 함께 스타 부재라는 과제를 떠안았다.

더 큰 문제는 미야자토 아이와 같은 스타플레이어가 배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나카마 씨는 “일본 전체의 문제인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 주니어 골퍼가 줄고 있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좀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해요.”

이어 그는 “요즘 젊은이들은 골프를 좋아하지 않아요. 비용적인 문제가 제일 클 겁니다. 하지만 그것도 마음먹기 달린 것 같아요. 내가 15살 때까지만 해도 오키나와에선 달러를 사용했는데 생활이 넉넉지 않았어요. 그래도 골프가 좋아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골프를 배웠죠. 지금은 오키나와 모든 골프장에서 주니어 선수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어요. 옛날에 비하면 환경이 많이 좋아진 거죠. 의지가 있으면 길은 얼마든지 있을 텐데….” 그가 말끝을 흐렸다. 장담할 수 없는 일본 골프의 미래 때문일 거다.

▲오키나와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나카마 미노루 씨. 그의 도움으로 골프장 구석구석까지 안내를 받으며 취재할 수 있었다. 이 골프장은 미야자토 아이(31)가 골프를 처음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오상민 기자 golf5@)
▲오키나와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나카마 미노루 씨. 그의 도움으로 골프장 구석구석까지 안내를 받으며 취재할 수 있었다. 이 골프장은 미야자토 아이(31)가 골프를 처음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오상민 기자 golf5@)

오키나와는 사방팔방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둘러싸인 천혜 관광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류큐왕국의 멸망이라는 슬픈 역사가 존재한다. 돌이킬 수 없는 아픈 역사를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 오키나와 사람들에게 미야자토 아이는 큰 위안이 됐으리라. 그의 오키나와 자랑은 골프장에서 미야자토 아이로, 그리고 장담할 수 없는 일본 골프의 미래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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