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시내에 추가로 면세점 특허를 내주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면세점 제도개선을 추진하면서 오는 5~6월 사업권을 반납하고 문을 닫아야만 했던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 워커힐면세점이 부활의 날개짓을 펴고 있다.
기획재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16일 오후 3시 서울지방조달청에서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면세점 제도개선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신규특허 발급요건 및 면세점 시장진입 완화 방안 △특허기간 연장 및 갱신허용 여부 △적정 특허수수료 수준 및 재원활용 방안 △독과점적 면세점 시장구조 개선방안 등이 논의됐다.
발제자인 KIEP 최낙균 선임 연구위원은 면세점 제도 개선 방안으로 △서울 시내 신규 특허 추가 발급(면세점 추가) △특허기간 연장(5년→10년) △특허수수료 인상 등을 제시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성영목 신세계디에프 사장, 양창훈 HDC신라면세점 사장, 황용득 한화갤러리아 사장, 이천우 두산 부사장, 권희석 에스엠면세점 회장 등 신규 면세점 대표들이 총 출동했다.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당초 롯데면세점 측은 "장선욱 대표가 공청회에 참가해 진행과정을 경청할 것"이라며 "발언 기회가 있으면 롯데 측 견해를 적극 개진할 방침"이라고 말했지만, 정부가 서울 시내에 추가로 면세점 특허를 내주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면세점 제도개선을 추진함에 따라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특허 만료를 앞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 워커힐면세점의 회생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롯데면세점과 SK네트웍스 측은 사업만 계속 할 수 있다면, 손실을 줄일수 있고 나아가 관광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사업권 추가 획득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일각에서는 롯데에게 회생의 기회를 주기 위한 개선안에 불과하다는 불편한 시선도 제기되고 있을 정도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시내면세점 추가와 함께 자동 갱신을 소급 적용하는 방안 자체가 사실상 특정업체(롯데)를 살리기 위한 안전장치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만약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회생의 기회를 얻게 되면 호텔롯데 IPO 분위기가 더욱 무르익을 것으로 전망된다. 역대 최대 규모의 공모가 예상되는 호텔롯데는 상장을 앞두고, 월드타워점 사업권을 상실해 불확실성이 대두됐다. 그러나 신규 특허와 면세점 운영 특허기간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호텔롯데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롯데그룹은 당초 예정된 7월보다 넉 달 정도 앞당긴 일정으로 제도 개선안을 최대한 방영해 호텔롯데를 상장 시킬 계획이다.
IB(투자은행) 관계자는 "이미 예비심사청구를 위한 서류 준비에서 예상되는 제도 개선안을 어느 정도 반영한 상태"라며 "면세사업의 안정화는 기업가치 평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공모를 포함한 호텔롯데의 시가총액 15조~20조원으로 내다봤다.
한편, HDC신라면세점, 한화갤러리아, SM면세점, 신세계디에프, 두산 등 신규면세점 사장단은 공청회 개최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신규 면세점들이 오픈하고 1년 정도는 지켜본 뒤 시장이 커지면 신규업체들이 진입하는 방식이 검토돼야 한다"며 "시장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허용되면 공멸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정부는 공청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수렴해 이달 말까지 확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