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최근 이같이 말하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그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회사에서 정보보안을 강조하고 있다. 통화나 문자는 당분간 어렵다”는 메시지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보냈다. 포스코 일부에서는 정보기관을 통해 사내 고위 관계자가 직원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불법 감청 논란이 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포스코의 분위기가 엄혹한 것은 최근의 사태와 무관치 않다. 지난해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사내 권력싸움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황은연 포스코 사장은 사내 권력을 확보하는데 정치권력을 끌어들인 의혹을 받고 있다. 이같은 정경유착을 차단하기 위해 ‘외부 상시 감시시템 도입’이 포스코 안팎에서 논의되는 것도 사내 긴장감을 높인 배경 중 하나다. 포스코에게는 내부 정보의 문을 걸어 잠그는 것이 중요한 시점인 셈이다.
이 때문에 11일 열리는 포스코의 주주총회는 그 어느 때보다 대내외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포스코는 이번 주총에서 이사 선임과 정관 변경 안건을 처리한다. 사내 신규이사는 지난달 19일 열린 이사회에서 추천된 최정우 부사장이다. 사외이사인 이명우 동원산업 사장은 재선임 여부를 주총에서 결정한다.
업계에서는 이 둘의 선임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최 부사장은 최고재무책임자(CFO)란 명분을 갖췄다. 그동안 포스코는 CFO가 등기이사를 맡아왔다.
2013년부터 사외이사를 맡은 이 사장은 포스코의 부실과 정경유착을 감시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그동안 포스코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8.26%)이 이사 선임과 관련해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던 것을 고려하면 이 사장의 재선임 안건 역시 쉽게 통과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주총의 실제적인 분위기는 포스코 내부 문제에서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포스코 창립 이래 지난해 첫 적자를 낼 정도로 부실하게 운영됐다는 점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만큼은 아니어도 일부 주주는 권오준 회장과 황 사장의 퇴진을 요구할 것이란 전망도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첫 적자와 올해 초 10만원대까지 떨어진 주가 등을 고려해 경영진의 책임을 묻는 것이다.
다음은 현 경영진이 내세우고 있는 향후 구조조정 계획에 대한 의문도 답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는 지난해 34개 계열사를 정리했다. 올해는 35개의 계열사를 합병 및 매각할 방침이지만, 포스코의 올해 사업 구조조정 계획에 대한 주주들의 기대는 크지 않다. 일례로 포스코엠텍 소재 공장을 정리하는데 수천 억원이 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이미 돈이 될 만한 사업은 모두 매각했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통한 체질개선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주류를 이룬다.
현재의 경영진으로 위기 돌파가 어려울 것으로 주주들이 판단하면 퇴진 요구가 더 거세질 수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권 회장이 내년 초 임기를 마치기 전에 물러날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포스코는 주총에서 정관 변경 작업도 마무리한다. 사업 목적에 ‘기술 판매 및 엔지니어링 사업’을 추가한다. 파이넥스, 소재 기술의 상업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다. 권 회장은 지난 1월 기업설명회에서 “포스코의 고유 기술을 업그레이드해서 하나씩 상용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들 신기술의 효용성이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어, 정관을 변경했다고 해서 단기간 내 실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이번 주총이 현 경영진 체제를 유지하는데 무리없이 지나간다 해도 올해 총선 결과가 포스코의 사내 권력 간의 암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여권 유력 인사들이 막말 파문에 휩쓸리면서 이들의 권력 구도 변화 파장이 포스코에도 전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2011년에 포스코를 떠난 전직 고위 관계자는 “포스코 현직들이 우리들한테 연락을 할 정도로 포스코를 바라보는 여론의 향방을 민감하게 체크하고 있다”며 “포스코가 외부 동향을 면밀히 살피는 것은 총선 표 조직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