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4일 출시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각 상품별 수수료를 놓고 은행들의 눈치 작전이 돌입했다. 일각에선 소비자들이 구매 할 상품에 대한 사전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9일 시중은행들은 ISA 출시가 일주일도 남지 않았지만 수수료를 고시하지 않고 있다. 은행들은 출시를 앞두고 막바지까지 수수료 전략을 타행에 노출 시키지 않으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은행들은 아직까지 내부적인 확정이 이뤄지지 않아 담당자들도 사이에서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은행들이 수수료 산정에 고심하는 이유는 ISA가 국내 처음으로 도입되는 제도라 전략 수립에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타행보다 수수료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할 경우 고객 외면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시중은행 신탁부 한 관계자는 “ISA 출시 준비기간이 짧은 만큼 관련 기준을 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출시일 전날까지도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개별 상품에 부과하는 수수료 보단 낮게 책정하는 것을 가이드라인으로 정하고 있다.
ISA 준비 관계자들 사이에선 예금 신탁에 대해선 0.1%(연간) 수준이고, 주가지수연계상품(ELS, ETF) 등에는 0.3~1.0%까지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의 타행 예금을 신탁하면 매년 1000원이 수수료로 부과된다.
수수료에 대한 고시는 출시 3영업일 전에 은행 홈페이지 등을 통해 알리는 게 관행이다. 다만 일부 상품에 대해선 특별한 고시 없이 창구에서 상담시 설명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출시 전 이르면 10일이나 11일 중 홈페이지를 통해 수수료를 고시할 예정이다. 하나·농협은행은 고시없이 은행창구에서 상담 직원이 설명하는 식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수수료 책정을 1~2일내 결정할 전망이다.
일각에선 벌써 사전예약에 돌입했으면서도 수수료 고시를 따로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은행들이 타행 눈치만 보고 있다가 소비자 피해도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은행이 수수료 책정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운영하지 않아 발생하는 일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ISA 사전예약에 고가 경품까지 내걸 정도로 유치를 활발히 하고 있지만, 소비자에게 불리한 조건(수수료 등)은 말해주지 않고 가입시키는 것은 정상적인 판매행위가 아니다”며 “20~30년 전의 행태가 고스란히 반복되고, 방치되고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