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에게 지급되는 ‘복지포인트’는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부(재판장 신광렬 부장판사)는 지난 1월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 권모 씨 등 3명이 공단을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일부 수당은 통상임금으로 인정했지만, 복지포인트는 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권 씨 등 3명은 대법원에 상고했다. 또 이들은 다른 근로자들을 대표하는 ‘선정당사자’여서 소송을 내지 않은 다른 6000여명의 직원들에게도 똑같은 효력이 미친다.
재판부는 복지포인트가 ‘금전’이 아니기 때문에 임금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근로자가 복지포인트를 사용하면 회사의 결제승인을 거치게 되는데 이런 절차가 이뤄지기 전에는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복지포인트가 △용도가 제한돼 있고 △일정 기간 내에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하는 점 △ 근로시간과 관계없이 지급되는 점 △'수당'이라는 명칭이 붙지 않는 점 등도 임금이 아니라는 근거로 삼았다.
설령 복지포인트를 임금으로 보더라도 구체적인 규모가 사측의 재정상황에 따라 유동적이고, 복직 근로자의 경우 포인트를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통상임금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급여가 일률적이고 고정적으로 지급돼야 통상임금이 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현재 일선 법원에는 복지포인트를 통상임금에 포함해달라는 소송이 산발적으로 진행 중이다. 근로자 측에서는 복지포인트도 재산적 가치가 있는 만큼 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회사 측은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제공되는 것일 뿐 임금으로 볼 수는 없다고 맞서고 있다.
현재 법원 판단은 엇갈리고 있다.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 통상임금 사건에서는 1심 재판부가 “임금이란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금품으로, 통화의 형태로 제공되지 않는다고 해서 임금성을 부정할 수 없다”며 복지포인트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이미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근로자 윤모 씨 등 819명이 대구도시철도공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소송 상고심 사건을 배당받아 법리를 검토 중이다. 이 사건 결론이 나오면 복지포인트를 임금으로 볼 수 있을 지에 대한 첫 대법원 판단이 될 전망이다.
서울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복지포인트는 복지를 장려하는 취지인데, 사실상 기본급을 올려주지 않기 위해 상여금처럼 쓰이는 경우도 있다”며 “내규나 제도 설계에 따라 쟁점이 복잡하고, 판단할 여지가 그만큼 넓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