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의 명품 시계ㆍ보석 브랜드들이 환율과 관세 등 원자재 가격의 큰 변동이 없음에도 불과 1년여만에 또 다시 연례행사처럼 가격 인상을 단행해 논란이 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봄 홈수철을 앞둔 기습인상으로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이탈리아 보석브랜드 불가리가 다음달 1일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5% 인상한다. 지난해 2월 인상한 지 1년1개월만에 또 다시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불가리 관계자는 "본사 차원의 정기적인 가격 조정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티파니와 카르티에도 올 3~4월 중 가격을 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기업 측은 "유로화 강세와 인건비 상승 요인을 반영해 본사가 지역별 제품 가격을 조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스위스 브랜드 롤렉스는 이미 유럽에서 제품 가격을 평균 6% 올렸다. 국내 가격인상도 곧 이뤄질 예정이다.
이들이 내세운 가격 인상의 이유는 환율이다. 원달러 환율이 높아지는 바람에 외국 매장과 가격 차가 커져 값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 지난해 11월 26일 1149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약 3개월 만인 이달 28일 기준 1240원으로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했다. 그러나 이를 반영해도 명품 브랜드들이 올리는 가격 인상 폭은 과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이날 스위스 시계 브랜드 태그호이어는 가격 인상계획을 전격 철회했다. 태그호이어 관계자는 "오는 3월 중으로 본사 차원의 공급가 인상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본사로부터 공급가 인상 계획을 취소한다는 최종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철회 배경은 공유 받지 않았으나 국내 가격은 인상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그들이 내세우는 원자재 변동과는 무관한 가격인상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여전히 한국에서 베짱 장사하는 브랜드들이 많은데, 특정 시기가 되면 예외없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은 본격적인 혼수철을 앞두고 매년 연례행사처럼 가격을 인상했다. 불가리는 지난해 2월 가격을 평균 5% 인상했다. 뒤를 이어 티파니도 가격을 10% 올렸다. 2014년에도 불가리가 2월에 가격을 평균 2% 올렸고, 티파니와 까르띠에도 이어 대부분 제품 가격을 5~15% 인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