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부산에서 떠난 환도열차가 6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2014년 서울에 도착했다. 과거에서 현재로 시점은 바뀌지만 주인공 이지순은 20대 모습 그대로 남편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남편은 이미 90세 노인이 되어버린 것. 낯선 남편과 변해버린 서울의 모습에 혼돈을 느낀 주인공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연극의 연출과 극본을 맡은 장우재 연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작품 탄생 배경
몇 해 전 아는 선생님과 낙산에 올라가 대학로를 내려다보면서 옛날 개천이 흘렀을 때와 현재를 비교하며 이야기를 했습니다. 6·25 때 환도열차라는 게 있었고, 휴전이 되어 그 열차를 타고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왔는데 길이 안 좋으니 열차가 중간에 가다 서다 했다고 해요. 다들 서울로 돌아가면 뭘 해야겠다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솥 걸고 밥도 해먹으며 소풍처럼 보냈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때 문득 ‘6·25 때 열차를 타고 올라온 사람들이 만들고 싶었던 서울이 현재 우리가 사는 서울의 모습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게 모티브가 되었죠.
2014년 초연 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야기가 간결해졌다’와 ‘훨씬 더 다이내믹해졌다’입니다. 덕분에 마치 열차를 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더 살아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제이슨의 캐릭터가 초연과 달라졌는데요. 이에 대한 관객의 반응이 저 역시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1953년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설정을 하게 된 이유
작품을 쓰기 전 중국 단둥(丹東)에 가서 북한 식당에 들른 적이 있는데 거기서 일하는 안내원들을 보면서 말씨나 몸을 쓰는 태가 참 곱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말의 내용은 첨단 자본주의에 대한 이야기였죠. 그 이질감이 흥미로웠습니다. 마치 ‘우리 어머니 세대가 나이를 먹지 않고 고스란히 처녀로 남아 현재에 나타난다면 저런 모습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한 경험이 작품 구성에 투영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각본과 연출을 동시에 맡으면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점
볼거리보다 이야기에 더 중점을 두는 것 같습니다. 연극의 힘이 본래 그것이라 생각하고요. 이야기들이 연쇄적으로 작동하면서 관객이 어디까지가 이야기고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분간 못 할 정도로 빠져들다가 문득 다시 우리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그런 지점들을 고민했습니다. 이런 것들을 언제 동화시키고 언제 이화시킬 것인지 매번 찾고 있죠.
중·장년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
과거 인물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면서 ‘아, 우리 저랬지’하는 공감과 함께 문득 ‘그것은 낡고 신파였지’라고 생각하는 우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과거는 그렇게 오래된 것일까요? 우리는 정말 저 멀리 나간 것일까요? 나이를 먹으면 시간과 인생을 통으로 보는 맛을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그것이 신비롭습니다.
<공연 소개>
공연 연극 <환도열차> 일정 3월 22일~4월 17일 장소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연출 장우재 출연 김정민, 윤상화, 이주원, 김용준, 안병식, 강선애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