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훙하이(鴻海) 그룹 계열 폭스콘(Foxconn)이 세계 최초로 LCD TV를 상용화한 일본 샤프를 인수키로 하면서 국내 디스플레이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샤프는 25일 임시이사회에서 폭스콘이 제시한 출자 등을 포함한 약 7000억엔(약 7조7000억원) 규모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폭스콘 측이 '샤프 측으로부터 제공 받은 새로운 정보를 문제 삼아 최종 계약을 유보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해 최종 인수여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그럼에도 폭스콘이 샤프 인수가 성사될 땐 국내 디스플레이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샤프는 2012년부터 자금난을 겪으며 시장점유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졌지만 폭스콘의 자금력을 투입될 경우 중소형 LCD(액정표시장치) 패널시장의 가격 경재력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또 샤프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10세대 LCD 제조 공정(사카이 공장)을 갖추고 있는 것도 부담요인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현재 8세대 공정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 10세대 LCD 제조공정을 갖추기 위해서는 대규모 신규투자가 불가피하지만 현시점에서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폭스콘의 샤프 인수가 당장 큰 영향을 주지 않더라도 중ㆍ장기적으로 상당한 위협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팍스콘의 샤프 인수는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에 중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일본 샤프의 기술력에 더해 대만 이노룩스(Innolux) 양산능력, 홍하이 그룹 자금력 등이 시너지효과를 발휘하면 디스플레이산업 전반에 새로운 지각변동을 야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폭스콘을 계열사를 둔 대만 홍하이그룹은 애플과 소니, 블랙베리 등 글로벌 대형업체들을 고객사로 보유하고 있다.
최근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IHS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9인치 이상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LG디스플레이는 시장점유율 23.8%를 기록하며 1위를 유지했다. 대만 이노룩스는 16.7%로 2위로 올라섰고, 삼성디스플레이는 16.0%로 3위로 떨어졌다.
국내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폭스콘이 샤프로 받은 정보 중 일부 내용이 문제가 돼 인수 계약이 보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고, 앞으로의 사업방향도 공개되지 않아 상황만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