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업계가 해외수주 부진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수주금액은 반토막 났고, 발주물량 축소로 수주절벽이 현실화 되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 악화에 탈출구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26일 관련업계와 해외건설업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 기준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수주 실적은 46억7159억달러(약 5조 7768억)를 기록하고 있다. 전년 동기 88억6668억달러(10조 9645억달러)보다 무려 47% 감소한 수준이다.
지역별 수주 동향을 보면 건설업계의 수주절벽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이 날까지 중동지역에서 13억7000만 달러의 수주액을 달성했던 건설업계는 올들어 94% 급감한 8763억달러를 수주하는데 그치고 있다. 수주텃밭 중동에서 체면치레 조차 못하고 있는 셈이다.
아시아는 전년 35억 2000만 달러의 절반 수준인 19억4000만 달러로 45% 감소했고, 중남미 역시 전년 39억달러에서 67% 감소한 13억달러로 악화됐다. 태평양·북미 지역과 아프리카 지역이 각각 2624%(11억달러), 357%(3억달러) 급증했지만 전체 수주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고 있다.
국내 건설업계는 올해 초부터 잇따라 해외수주 낭보를 전했다. 롯데건설이 베트남에서 롯데ㆍ한라ㆍ한신 조인트 벤처를 통해 5400만달러 규모의 고속도로 공사를 수주하며 해외수주의 막을 올렸고, 쌍용건설은 싱가포르에서 2억5200만달러 규모의 지하철 공사를 따냈다. 특히 쌍용건설은 이번 공사의 입찰에서 최저가를 써내지 않고도 시공능력과 안전관리능력 등 비가격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수주에 성공했다.대우건설도 총 4억8000만달러 규모의 인도 갠지스강 교량 건설사업으로 해외수주의 막을 열었다.
건설사들의 이같은 공격적인 행보에 해외수주 건수는 현재 97건을 기록하며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95건)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이는 실적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올해 중동지역에서는 현대건설이 카타르 도하에 짓고 있는 '하마드 메디컬시티 프로젝트'의 추가 증액된 4000만달러가 가장 큰 수주액을 차지한다. 전체 중동 수주액의 절반이다. 신규 공사에선 경동엔지니어링이 알제리에서 따낸 200만달러(약 25억원) 규모의 고속도로 설계 및 시공감리가 가장 큰 규모이며 대부분의 수주액이 100만, 10만달러에 그치고 있다.
아시아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55건으로 35억2000만달러의 실적을 보인 것과 달리 현재 61건의 공사를 따냈음에도 수주액은 작년의 절반(19억4000만달러)을 겨우 넘어섰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으로 해외수주 시장이 대형 프로젝트보다는 소규모 프로젝트 위주로 발주가 진행되고 있는데다 전반적인 발주 물량 자체가 줄었다"며 "아시아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사업 규모가 많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올 초 경제 제재 해제로 기대감을 키웠던 이란 시장 역시 올해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향후 1300억∼5000억 달러를 투자해 가스·정유 플랜트 공사를 쏟아낼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대 2100억 달러 규모의 발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이란시장이 돌파구가 되기엔 아직 시기상조라는 분석이다.
메리츠증권 김형근 애널리스트는 "이란은 향후 중동에서 가장 많은 프로젝트를 발주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면서도 "본격적인 발주는 하반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