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이체 통장을 간편하게 변경하는 ‘계좌이동제(2단계)’ 시행 석달 간 주요은행 중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개인 요구불예금 잔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요구불예금은 관리비용이 크게 들지 않아 ‘저비용성 수신’이라고 하며, 가장 높은 마진율을 보여주는 상품이다. 흔히 자유입출금식 통장으로 부르며, 계좌이동제 실적과 직결되는 통장으로 알려져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국민·KEB하나·우리·농협은행 등 주요 5대 은행의 개인 요구불예금 잔액은 194조7197억원(1월 말 기준)이다. 이는 계좌이동제 2단계가 시행된 지난해 10월말(187조3882억원)보다 7조3315억원 늘어난 규모다.
이 기간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요구불예금은 각각 1조6005억원, 2조103억원이 증가해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이 늘었다. 이어 국민은행 1조3573억원, 신한은행 1조2571억원, 농협은행 1조1063억원 등의 순서였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요구불예금이 은행 수익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며 “이 부분이 확대되면 수익성 악화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개인 요구불예금 잔액을 계좌이동제 성적표로 받아들이고 있다. 자동이체가 연결된 계좌 대부분이 요구불예금이기 때문이다.
KEB하나은행이 2단계 계좌이동제를 성공적으로 대응한 것은 고객 요구를 정확히 예측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2단계 계좌이동제는 정해진 홈페이지에서만 계좌이동을 신청할 수 있어 비대면 채널 이용자를 최대한 많이 끌어모으는 것이 관건이었다.
일례로 하나금융지주가 선보인 ‘하나멤버스’는 온라인 고객들에게 호응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포인트를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돈으로 바로 출금한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상품으로 통한다. 은행에선 마진율이 극히 낮지만, 그만큼 소비자에게 혜택이 크다.
은행들이 계좌이동제에 사활을 건 이유는 앞으로 있을 계좌이동제 3단계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유치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금 조달 차원에서도 요구불예금 이득을 볼 수 있다. 요구불예금 상품의 규모가 커지면 은행에서는 낮은 비용으로 자금 조달을 하는 효과를 보게 된다.
은행들은 주거래통장을 자동이체가 연동된 통장으로 보고 있다. 이를 많이 확보할수록 고객과 은행간 접점이 커져 ISA 마케팅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많은 금융권 관계자들이 ISA 성적이 주거래은행 고객 수와 직결된다고 보고 있다.
시중은행 개인고객부 담당 한 관계자는 “주거래 통장 고객에게 자연스럽게 자사 상품을 팔 수 있다는 점에서 ISA 판매에 유리한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 계좌이동제 3단계가 시행돼 은행 창구에서 주거래 통장을 바로 바꿀 수 있고, 다음달 ISA까지 시행되면 은행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