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수출이다 ①] 올 들어 두자릿수 감소세… IMF 때보다 못한 ‘수출 성적표’

입력 2016-02-2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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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8.8% 이번달도 -17.3%… 13대 주력품목도 일제히 추락세

한국경제를 지탱해 온 수출이 ‘장기 부진’의 공포에 휩싸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작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14개월 연속 수출 감소가 이어지면서 월간 수출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70년 이후 최장기 마이너스 행진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세계 6위의 수출국이라는 위상을 과시하기에는 13대 주력 품목이 일제히 추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수출 낙폭도 심상치 않다.

수출 부진의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 또한 위태로운 한국 수출의 현주소다. 글로벌 수요 감소, 신흥국 경기 부진, 저유가 등 구조적인 요인과 북한리스크 등 지정학적 위기까지 더해져 수출시장의 저성장을 타개할 만한 단기적인 정책 수단마저 요원한 상황이다.

◇韓 수출, 14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 유력 =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액은 2013년보다 8%나 줄었다. 올해 들어서도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아 1월 수출은 18.8%나 줄며 2009년 8월(-20.9%) 이후 6년여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자동차·석유화학·철강·반도체·선박 등 13대 주력품목 수출도 모두 감소해 총수출 대비 비중은 지난해 79.3%에서 1월 77.8%로 하락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이달 수출도 전년 동기 대비 17.3%나 줄었다. 2월에도 수출이 마이너스(-) 증가율을 나타낼 경우 수출은 14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최장기간 수출 감소가 이어진 기간은 2001년 3월부터 2002년 3월까지 13개월이다.

우리나라는 수출로 나라를 먹여살린다는 ‘수출입국(輸出立國)’ 전략 하에 1960~80년대 정부 주도의 중화학공업 육성과 수출주도형 정책에 박차를 가했다. 특히 1980년대에는 저유가·저금리·저달러라는 3저 호황으로 경제 활황기를 누리면서 수출액 규모를 크게 늘렸다. 2000년대에 들어서도 글로벌 경제위기에 잠시 휘청했지만 곧 재도약에 나섰다. 그 결과 수출액은 1964년 1억 달러 수준에서 지난해 5267억 달러로 5000배나 껑충 뛰었다.

월간 수출통계 집계한 1970년 34.2%을 시작으로 1980년 16.3%, 1990년 4.2%, 2000년 19.9%, 2010년 28.3% 등으로 두 자릿수에 달하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2011년 19.0%를 마지막으로 수출은 2012년 -1.3%, 2013년 2.1%, 2014년 2.3%, 2015년 -8.0%로 눈에 띄게 추락했다.

특히 세계경제가 흔들릴 만한 대풍랑이 없었는데도 작년 수출 감소폭은 IMF 때보다도 더 심했다. 수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여파를 겪었던 1998년(-2.8%), 세계불황과 반도체 가격 하락이 겹친 2001년(-12.7%),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9년(-13.9%), 유로존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2012년(-1.3%) 정도였다.

◇中 경기둔화·低유가 악재에 유탄 = 한국의 수출경기가 급격히 꺼진 데에는 전체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의 경기가 갈수록 둔화하는데다 저유가, 전 세계적 교역규모 감소 등의 ‘3대 악재’가 겹친 탓으로 분석된다. 지난 1월 기준 27.8%까지 비중이 치솟은 대중 수출 감소폭은 작년 11월 6.8%에서 12월 16.5%, 1월 21.6%로 확대됐다.

한국 수출은 국제유가 하락세도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한국 수출 품목의 약 17%가 석유 제품 등 유가 관련 품목인데다 유가 하락이 제품 단가 하락으로 이어져 전체 수출액 규모를 쪼그라들게 하고 있어서다.

수출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는 저유가 현상도 한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반적인 시각이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정확한 예측은 어렵지만 배럴당 40~50달러 수준의 저유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최근 원유 감산 논의 중인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실제로 생산량을 줄이기가 쉽지 않은 만큼 하반기가 돼야 회복의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교역이 얼어붙고 있다는 점도 한국 수출 급감의 배경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 수입액은 2014년 17조5480억 달러에서 작년에는 15조3290억 달러로 12.7% 줄었다. 같은 기간 수출액도 17조870억 달러에서 15조2150억 달러로 11.0% 감소했다.

더욱 문제는 대외 수출여건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어 한국 수출도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병기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저유가 상황으로 당분간 신흥국 경기둔화 심화, 수출단가 하락 등이 제약 요인으로 작용해 수출 증가세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다만 하반기부터 선진국 경기회복, 국제유가 하락의 기저효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효과 본격화로 수출 둔화세가 진정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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