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한파 뚫은 정지선 뚝심…패션 명가 자존심 회복

입력 2016-02-1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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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인수한 한섬 작년 나홀로 성장…공격적 투자에 고급·명품화 전략도 주효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지난 2002년 인수한 한섬이 패션 불황에도 나홀로 독주하며 패션 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했다. 주위의 만류에도 뚝심있게 한섬 인수를 밀어붙여 첫 M&A(인수·합병) 결실을 맺은 뒤 정 부회장의 공격적인 투자에 따른 고급화와 명품화 전략이 적중했다는 분석이다.

19일 현대백화점그룹에 따르면 한섬은 지난해 매출액이 6168억원으로 전년보다 20.9% 늘었다. 영업이익도 29.6% 증가한 661억원을 기록했다.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는 패션시장에서 국내 토종업체 대부분이 수익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당히 고무적인 실적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국내 대기업 패션 회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나홀로 성장했다.

한섬의 가파른 성장 배경에는 정 회장의 공격적인 투자와 체질 개선이 원동력이 됐다. 패션산업의 침체로 SPA(제조·유통·판매 일괄) 브랜드가 주목 받으면서 고가 브랜드를 내세운 한섬은 한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다. 현대백화점그룹에 안긴 이후에도 줄곧 매출과 영업이익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정 회장의 첫 M&A 작품이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정 회장은 주위 평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뚝심있게 투자를 지속했다. 인수 이후 신규 브랜드와 디자이너 채용을 늘리고, 브랜드 고급화에 집중했다. 그 결과 브랜드 수는 2011년 인수 전 12개에서 30개로 확대됐으며, 매장 수도 390여개에서 600개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인수 전 25% 수준이었던 디자이너 인력 비중은 현재 35%대(260여명)에 달한다. 브랜드 고급화의 노력으로 한섬의 매출 비중은 타임·타임옴므·마인·시스템·시스템옴므·SJSJ·덱케 등 국내 브랜드가 70%, 랑방·끌로에·지미추·발리 등이 30%를 기록하고 있다.

정 회장은 올해도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갈 방침이다. 한섬은 연내 최고급 여성복 브랜드를 새롭게 론칭할 예정이며, 경기도 이천에 최대 규모의 물류센터도 신설 중이다. 서정은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섬의 신규 브랜드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이고 있어 차세대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며 “올해도 50여개 이상의 매장이 추가로 확대될 예정이어서 연간 매출 상승세는 이어갈 전망이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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