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백화점식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기업들의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 한국 경제성장의 핵심 동력이던 수출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지만 이번 대책도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어서 정책 의지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17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고 서울 양재ㆍ우면 일대를 ‘기업 R&D 집적단지’로 조성하는 등의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규제를 풀고 새로운 산업ㆍ서비스업을 키워 기업의 투자를 늘린다는 것이 이번 대책의 핵심이다.
정부는 입지ㆍ환경 등 사전 진입규제를 네거티브 방식(금지항목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허용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미 2013년 7월 2차 회의 때 발표된 적이 있는 내용이다.
일반인이 숙박료를 받고 자기 집을 관광객에게 ‘에어비앤비’처럼 빌려줄 수 있도록 숙박공유업을 신설한다고 했지만 기존 사업자와의 충돌을 최소화한다는 이유로 시범사업 추진에 그쳤다.
이번 무역투자진흥회의는 2013년 5월 이후 9번째로 열린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경제ㆍ산업 분야의 가장 중요한 회의로 박정희 정부 시절 수출진흥회의를 확대 개편한 것이다. 최근 3년간 이번 투자활성화 대책을 포함해 발표된 굵직한 대책만 40개가 넘는다.
그런데도 성과는 제자리걸음이다. 건국 이래 최장 14개월 연속 수출이 감소하고 있고, 지난달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8.5% 감소해 2009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수출이 급감하면서 ‘한국 교역액 1조 달러 신화’는 사실상 끝났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이 회의에서 수출이 주된 의제로 오른 것은 지난해 7월 한 차례뿐이고, 이마저도 ‘재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역투자진흥’이라는 회의 명칭이 무색할 정도다.
이번 대책에 대해 한 대기업 임원은 “정부의 대책 가짓수는 많지만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며 “한국 수출이 사면초가에 빠져 있는데 핵심은 없고 겉돌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도 “지금 수출이 안 되는 부분은 조선, 철강, 반도체, 전자 등 한국경제를 떠받쳐 왔던 품목들인데, 이 부분에 대한 해법은 없고 새로운 산업에 대한 대책만 있어 위기의식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우려했다. 우리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