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2호선 강남역 물품보관소에는 달콤창고라는 이름의 ‘달달한 공간’이 있다. 많은 사람이 달콤한 간식들을 지정된 한 곳에 넣어두고 공유하는, 특이한 공간이다. 이 달콤창고엔 맛있는 간식이 끊이지 않는다. 동시에 마음도 풍성해지는 공간이다. 달콤창고를 이용하면서 함께 응원의 메시지를 서로 남기기 때문이다. 누구나 달콤창고에 들리면 힘을 얻을 수 있다. 달콤창고는 현재 전국 주요 지하철역 등에 50여곳이 운영되고 있다.
이 아름다운 공간이 만들어진 건 놀랍게도 한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때문이다. 국내 스타트업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어라운드가 그 주인공이다. 어라운드는 SNS와 다이어리를 결합한 소셜 다이어리 앱이다. 꾸밈없이 자신의 얘기를 일기처럼 적고, 다른 사용자들에게 위로를 받는 힐링 SNS다.
어라운드는 론칭된 지 불과 1년여 만에 달콤창고와 같은 특색 있는 SNS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어 업계의 주목을 받는다. 스타트업 입장에선 단순히 매출 얼마를 올리는 것 이상의 큰 성과다.
최근 어라운드를 개발한 스타트업 콘버스를 찾았다. 서울 강남역 인근 사무실에서 만난 유신상 콘버스 대표는 달콤창고에 대해 “신기한 상황이었다”며 “서비스를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인데 사용자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얘기가 오가더니 달콤창고가 만들어지더라”고 회상했다.
달콤창고는 론칭 직후 사용자들끼리 ‘길에서 어라운더(어라운드 사용자들)를 만나면 초콜릿을 사주겠다’는 얘기가 오가다가, 실제 강남역 물품보관소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한다. 최근엔 달콤창고에 이어 달콤쪽지까지 생기면서 힐링문화를 다양한 형태로 파생시키고 있다.
유 대표는 “달콤쪽지도 최근 전국 100여곳까지 확산돼 꾸준히 운영되고 있더라”며 “물품보관소 임대 등의 비용이 큰 만큼, 사용자들이 이젠 집 근처에 쪽지를 붙여 서로를 응원해주는 문화가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통 익명의 SNS 경우 자극적이거나, 상호 비방적인 내용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어라운드는 일반적인 익명 SNS와 성격을 달리한다. 글을 쓰는 사람도, 댓글을 다는 사람도 격려와 위로를 담은 목소리를 낸다.
유 대표는 “관련 철학 논문 등을 읽어보니 인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자신과의 소통이더라”며 “내 주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하고 다르지 않다는 것, 또한 내면의 다양한 생각들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어라운드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어라운드는 지역성을 기반으로 한 베타 서비스를 현재 진행 중이다. 또한, 어라운드 라디오, 익명가왕 등 콘텐츠도 추가하면서 사용자들에게 다양성을 전하고 있다. 이 같은 특색 있는 콘셉트로 콘버스는 지난해 소프트뱅크벤처스로부터 첫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비즈니스 모델도 현재 다양한 각도로 검토 중이다. 유 대표는 “확정된 부분은 아직 없지만, 패턴이 다양한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통한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하고 있다”며 “때문에 사용자 확보가 중요해 일차적 목표로 수년 내 500만명까지 사용자를 늘리려고 한다”고 밝혔다.
유 대표는 이날 한사코 개인 인터뷰 사진 촬영을 거부했다. “대표가 아닌, 우리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그의 목표도 일관적이다. 사람과 사람 간의 진솔한 소통으로 상호 주관성이 높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유 대표는 “상호 주관이 높은 세상은 많은 얘기가 필요 없다. 상대가 생각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것이고, 많은 얘기 없이 세상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나 자신을 위한 소통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어라운드는 지난해 구글플레이 ‘올해의 앱’에 선정됐으며, 올해 1월 기준 10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