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특허가 만료된 바이오 의약품의 복제약)인 ‘램시마’가 미국 시판 고지의 9부 능선을 넘었다. 미국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회에서 승인 권고를 획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셀트리온은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 공략 초읽기에 들어갔다.
10일 셀트리온에 따르면 미국 메릴랜드주 화이트오크 캠퍼스에서 열린 ‘관절염 자문위원회’에서 자문단 24명은 9일 현지시각 21대 3의 의견으로, 모든 적응증에 대해 램시마를 승인하라고 FDA에 권고했다.
독립된 기구인 자문위는 FDA가 심사 중인 의약품의 품질·안전성·경제성 등에 대해 종합적인 의견을 제공한다. 자문위는 FDA의 허가 자체를 직접 결정하지는 않지만, FDA의 판단에 큰 영향을 끼친다.
앞서 셀트리온은 2014년 8월 FDA에 램시마를 판매 허가해 달라고 신청했다. 이번 승인 권고에 따라 4월쯤에는 FDA의 실제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셀트리온은 기대하고 있다. 또 FDA 승인을 받으면 램시마는 1~2달 후인 이르면 올 상반기에 미국 시장에 상륙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자문위원회의 권고대로라면 램시마는 미국에서 류머티즘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소아·성인 궤양성대장염, 크론병, 건선, 건선성관절염 등에 쓰일 수 있게 된다. 램시마가 최종 승인을 얻는다면 FDA의 승인을 받는 첫번째 항체 원료 바이오시밀러다. 전체 바이오시밀러 중에서는 2번째다. 최초로 FDA의 승인을 받은 의약품은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작시오’다.
바이오시밀러는 바이오 의약품의 복제약이다. 바이오 의약품은 일반적인 화학합성의약품보다 부작용이 적고 효능이 뛰어나다. 대신 제조 과정이 까다롭고 개발 비용이 비싸다. 생물체를 원료로 해서 완전히 동일한 의약품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램시마는 이미 유럽의약품청(EMA)을 비롯한 세계 67개국에서 허가받아 사용되고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바이오시밀러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유럽과 달리 미국은 자국산업 보호 등을 이유로 바이오시밀러 도입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다 2012년 오바마케어법이 시행되면서 바이오시밀러의 허가에 대한 법적인 근거가 마련됐다.
램시마의 오리지널의약품 ‘래미케이드’(성분명 인플릭시맙)는 2014년 세계 시장에서 98억8500만 달러(약 12조원)의 매출을 기록한 블록버스터 항체의약품이다. 가장 큰 시장인 미국 시장 규모는 45억 달러(약 5조4400억원)에 이른다. 미국은 전 세계 항체 의약품 시장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램시마가 미국 내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로 허가 받을 경우 시장에서 선도자(first mover)로서 금액으로는 산정할 수 없는 막대한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