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가 매출 1조 트로이카 시대에 진입했다. 2014년 유한양행이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1조 시대를 연 데 이어 2015년에는 한미약품과 녹십자까지 1조원 클럽에 가입한 것. 이런 가운데 제약업계 만년 3위였던 한미약품이 수출 대박으로 유한양행과 녹십자를 제치고 업계 1위의 왕좌를 단박에 차지해 화제다.
한미약품은 2015년 누적 연결회계 기준으로 전년 대비 73.1% 성장한 매출 1조3175억원을 달성했다고 4일 잠정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2118억원, 순이익은 1622억원이다. 1년 전과 견줘 각각 514.8%, 274.8% 급증했다.
이번 실적 호조는 작년 8조원대 수출 계약금 중 일부가 반영된 것이 주 원인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11월 사노피 및 얀센과 체결한 계약금 일부, 로벨리토 등 신제품 및 북경한미약품 등의 성장세가 매출 호조에 이바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이 제약업계 1위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사실상 확정됐다. 제약업계 2위를 유지해온 녹십자는 매출이 1조478억원으로 한미약품에 못 미쳤다. 유한양행은 설 연휴 이후인 오는 20일 이후에나 잠정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지만, 시장에서는 한미가 1위를 차지하는 것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기존 1위였던 유한양행의 지난해 매출을 1조1179억원으로 추정했다.
한미약품은 덩치뿐 아니라 실제 성과로 볼 수 있는 영업이익이 양사의 두 배를 웃돌아 이목을 끌었다. 한미약품의 작년 영업이익은 녹십자의 917조원보다 2.3배 많다. 유한양행의 영업이익 추정치도 918조원에 불과하다.
이에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15년여간의 연구개발(R&D) 뚝심이 결실을 보았다는 평이 나온다. 한미약품은 2009년부터 연구ㆍ개발(R&D) 투자를 대폭 늘렸다. 2010년, 2011년에는 적자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2014년 국내 상장 제약사들은 매출의 평균 8.3%를 R&D에 투자했지만 한미약품은 20%를 쏟아부었다.
한편 제약업계에서는 작년 1조 클럽 제약사가 3곳이 탄생한 것을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선진국의 글로벌 제약업체들과 비교할 때 ‘구멍가게’로 여겨지던 국내 상위 제약사들이 해외 시장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며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