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사상 처음으로 임원(부원장·부원장보)보다 부서장을 먼저 바꾸는 ‘역주행 인사’를 단행했다.
금감원은 2일 금융소비자 보호기능을 강화하고 금융회사 검사조직을 대폭 정비하는 내용의 조직개편 및 부서장 인사를 했다.
특히 금감원은 설립 이후 17년 만에 처음 국·실장 보직의 88.5%를 순환시키는 큰 폭의 부서장 인사발령을 했다.
부서장 인사는 세대교체와 발탁인사, 적재적소의 인력배치를 통해 금융감독 역량을 극대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에 1963~1965년생 부서장 등이 주요 보직에 올랐고, 1961~1962년생 20명의 국·실장은 금융교육국 연구위원 등 2선으로 물러났다.
이번 인사는 임원보다 부서장을 먼저 이동시켰다는 점에서 각별한 관심이 쏠린다.
금감원은 통상적으로 1~2개월의 검증을 거쳐 임원을 선임한 후에 부서장, 팀장 및 실무자 순으로 인사발령했다. 2월 중순께 실시한 지난해 정기인사도 임원을 먼저 임명하고 일주일 뒤에 부서장 인사를 냈다.
이에 대해 서태종 수석부원장은 “(임원은) 사전 검증 기간이 필요한 만큼 정기인사를 앞두고 조직의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서장 인사를 먼저 실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사가 지연될 경우 직원들의 불안감 등이 더 커질 것을 우려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이번에 2선으로 퇴진한 2명의 국장은 부원장보로의 승진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대상으로 사전 검증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직 개편으로 격상된 금융소비자보호처장(부원장) 자리에는 김수일 인사담당 부원장보의 승진이 점쳐진다.
다만, 인사 책임자의 입김이 지나치게 작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내부 반발이 관건으로 보인다. 최근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금감원 ‘블라인드 앱(익명 커뮤니티)’에는 인사 정책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글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은 이번 인사가 오는 4월 총선과 무관하지 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총선 이후 임원과 부서장 인사를 하게 될 경우 외부 민원으로 인사가 5월 이후로 크게 늦춰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인원이 많은 부서장 인사부터 임원 인사에 앞서 선제적으로 하게 됐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총선 결과에 따라 기존 임원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어느 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느냐에 따라 지역, 학연 등으로 얽힌 일부 임원들만 살아남을 것이란 얘기다.
금감원이 예년과 달리 사전 검증 기간을 이유로 임원 인사를 늦춘 것은 외부 인물을 고려한 행보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임원에 대한 검증은 수요가 있을 때마다 통상적으로 수행하는 것인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외부 변수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 아니겠냐”며 “금융 소비자 보호 업무를 총괄하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만큼 외부 인사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현재 43국 14실을 44국 15실로 확대·개편했다.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 내용인 금융소비자 보호 주무부서 금융소비자보호처는 3국 2실에서 6국 3실로 확대됐다. 소비자보호부서(은행·비은행소비자보호국, 보험소비자보호국, 금융투자소비자보호실)도 신설해 일선 영업점이나 보험대리점을 상대로 소비자 관련 법규위반 사항을 직접 검사하도록 했다.
현재 감독과 검사로 분리된 은행·비은행 담당 조직은 은행 담당 부원장보와 비은행 담당 부원장보로 재편해 권역별로 감독·검사 업무를 총괄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