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비밀을 감추고 수상한 수업을 시작한 두 남자의 이야기를 2인극 형태로 밀도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극은 한 70대 노교수가 30대 젊은 연극인에게 “내가 리어역으로 무대에 설 수 있게 연기 수업을 해주게. 하루에 100만원씩, 49일 동안”이라는 제안을 하며 전개된다. 그렇게 이들은 49일 동안 무인 등대섬에서 그야말로 수상쩍은 연기 수업을 시작하게 된다.
◇ Interveiw :: 배우 박웅
포스터의 ‘박웅의 연극무대 50주년’이라는 문구와 관련, 이번 작품이 지니는 의미에 대해
처음엔 상당히 쑥스러웠어요. 개인의 명예를 공연 포스터에 쓸 정도로 저 자신이 떳떳하리만큼 출중한 것도 아니고, 연극이라는 것은 함께 더불어 하는 것인데 과연 그래도 되나 싶었죠.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고맙더라고요. 부담도 크지만, 영광스러운 타이틀을 준 만큼 잘해야겠다는 책임감도 단단해졌죠.
극 중 ‘노교수’ 연기하며 특별히 신경 쓴 부분
노교수의 행동을 얼핏 보면 나쁜 사람으로만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행동하게 된 과정을 알게 되면서 점점 그 인물을 이해할 수 있죠. 저 역시 그런 점에서 노교수를 헤아려보고 표현하려고 했고요. 배우는 어떤 작품을 하든지 활자화된 것을 무대 위에서 현실화하는 과정을 연구해야 해요. 작가가 쓴 극본을 깊이 내 것으로 인식하고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죠. 오래 연기했지만 작품을 할 때마다 신경 써야 할 부분입니다. 특히 이번 연극은 2인극이기 때문에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두 배우의 대화나 행동이 직선적으로 관객에게 전달되거든요. 그야말로 한숨 돌릴 틈도 없이 긴 시간 무대에 머물러야 하기 때문에 극에 철저히 몰입해야 했고, 긴장감도 남달랐죠.
유진원 역에 캐스팅된 아들 박준과 함께 연기하게 된 소감
2014년 예술의전당 초연 때는 배우 김재만씨와 호흡을 맞췄었죠. 정말 단둘이 연극을 했는데, 이번에는 같은 역할에 제 아들(배우 박준)이 더블 캐스팅됐어요. 김재만씨가 사정상 모든 일정을 소화할 수 없었던 터라 아들에게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는데 흔쾌히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나도 부담을 많이 느끼는데, 그도 얼마나 긴장했겠어요. 전에는 각자가 하는 연극을 관객의 입장에서 바라보긴 했지만 이건 배우로서 함께 호흡해야 하니까 완전히 다르죠. 게다가 같은 작품을 연기하는 것은 처음이거든요. 어쨌든 무대 위에 섰을 때는 동등한 배우이기 때문에 관객이 만족할 만한 공연을 위해 각자의 역할에 집중하고 있어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품
장민호 선생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파우스트> 무대에 오르시더라고요. 저도 인생 후반기에는 그런 작품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하지만 연기는 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죠. 좋은 작품을 만날 기회도 주어져야 하고, 내 건강과 정신이 허락해야 하니까요. 영화나 드라마처럼 영상과는 다르게 공연은 편집이라는 게 없잖아요. 무대에서 모든 것이 이뤄지기 때문에 배우의 에너지와 컨디션이 중요하죠. 나이가 들었든 아니든 배우는 자기가 지닌 에너지를 관객에게 건강한 모습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해요. 화가는 그림이 남고, 작가에겐 글이 남겠지만, 사실상 연기자에게는 남는 것이 없어요. 그 순간을 기억하는 관객의 마음에 무언가가 남는 거죠. 그렇게 관객이 흐뭇한 감동을 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면 좋겠고, 어떤 역할이든 최선을 다하려 해요.
△배우 박웅 전 한국연극배우협회 회장,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연극 <엄마를 부탁해>, <레미제라블>, 영화 <검은 사제들>, 드라마 <별난 며느리> 등 다수 출연.
△연극 <박웅의 수상한 수업>
일정 ~2월 28일 장소 예그린 씨어터 연출 이주아 출연 박웅, 박준, 김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