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KDB산업은행이 현대상선 자구안과 관련해 자율협약을 포함한 모든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정부와 주채권은행이 현대상선을 무조건 지원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1일 정부와 산업은행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대주주 사재 출연과 현대증권 공개 매각 등을 골자로 한 자구안을 산업은행에 제출했다.
현정은 회장은 보유 중인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글로벌, 현대유앤아이 등 계열사 지분을 담보로 약 2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할 계획이다. 주식을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주식담보대출을 받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채권단은 손실 분담 규모에 비해 현 회장의 사재 출연 규모가 터무니없이 작아 추가적 손실 부담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구안에는 현대증권 공개 매각도 새롭게 담겼다.
현대그룹은 현대증권 매각 당시 되사오는 조건을 다는 등 채권단으로부터 현대증권 매각 의사가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에는 현대증권 즉시 공개 매각을 제시하며 채권단의 의심을 불식시켰다.
또 해외 선주들과 협상을 통해 용선료를 깎아 비용부담을 줄이겠다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용선료 문제는 채권단이 현대상선의 유동성 위기 해결 요소로 꼽는 네 가지 문제(용선계약, 회사채 상환, 선박 금융, 1ㆍ2금융권 원리금 상환) 가운데 하나다.
이 같은 입장 변화에도 현대상선 문제를 보는 정부와 산업은행의 입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현대상선 자구안을 담당하는 구조조정2실뿐 아니라 지난해부터 기업구조조정2실까지 관련 검토에 투입했다. 기업구조조정2실은 자율협약, 워크아웃 등 기업의 구조조정을 담당하는 부서다.
자율협약이란 경영난에 빠진 기업이 채권 금융기관과 체결하는 경영지원 협약이다.
현대상선을 기업구조조정의 수술대에 올리기 위한 사전 검토에 들어간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만약 현대상선이 회사채, 선박금융 등에서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면 기업구조조정2실로 이관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현대상선과 관련, 정부와 산은이 신규 지원 없이 원칙대로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대상선과 산업은행은 출자전환에 합의한 바 없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