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 언론사에 대북 확성기 방송이 들려오는 비무장지대(DMZ)의 모습을 이례적으로 공개해 주목된다. 이와 관련 한반도 긴장 고조의 책임을 남측에 돌리고 4차 핵실험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이 고조되는 가운데 자신들의 입장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라는 관측이다.
미국 AP통신은 북한 당국의 허용 하에 이뤄진 비무장지대 취재 내용을 29일 기사와 영상, 사진 등을 통해 보도했다. 특히 AP가 촬영한 영상에는 우리 군(軍)의 대북 확성기 방송으로 보이는 음악 소리도 잡혔다.
대북 방송이 자신들 쪽에 들리는 모습을 북한이 공개한 것은 매우 드문 사례로, 의도적으로 계획한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북한이 핵실험 이후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추가 도발을 준비하는 동시에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 유화적 여론전에도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이러한 여론전의 궁극적인 목적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때문에 핵을 개발한다는 논리와 이에 따른 ‘북미 평화협정 체결’ 주장을 펴는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AP통신 취재에 응한 남동철 인민군 중좌는 “조선반도에서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면 정전 협정부터 없애야 한다”며 평화협정 체결을 거듭 요구했다.
이와 더불어 북한 측 6자회담 차석대표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부국장이 최근 중국을 경유해 제3국으로 출국하는 등 대외 행보에 나선 것도 이런 여론전 시도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 부국장은 미국 등 민간 인사들과의 ‘트랙 2’(민간채널) 접촉을 위해 유럽으로 향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으며, 이 자리에서도 평화협정 체결의 정당성을 주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