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마지막 날이다. 새해 첫 달을 어떻게 살았는지 점검할 시점이다. 특히 하는 일을 잘 따져 앞으로 남은 11개월을 현실적으로 잘 조절해야 한다. 명심보감 존심(存心) 편에는 “사람은 백세를 살지 못하는데 부질없이 천년 계획을 세운다”[人無百歲人 枉作千年計]는 말이 있다. 요즘은 백세시대라지만 인간의 어리석음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존심편에서 재미있는 말은 “일을 만들면 일이 생기고, 일을 덜면 일이 줄어든다”[生事事生 省事事省]는 것이다. 우리말로 읽으면 ‘생사사생이요, 생사사생’이다. 省은 반성(反省)처럼 살핀다는 의미일 때는 성으로 읽는다. 철이 들 무렵 이후라는 한유(韓愈)의 표현 ‘自省事以來’도 자성사이래로 읽는다. 덜다, 줄이다는 뜻이면 생으로 읽는다.
명심보감은 고려 충렬왕 때의 문신 추적(秋適)이 엮은 책인데, 조선의 선비 성호(星湖) 이익(李瀷· 1681~1763)이 이 말을 잘 활용했다. 종손자 이삼환(李森煥)이 찾아왔을 때 성호는 “무슨 책을 읽느냐?”고 물었다. 상서(尙書, 서경)를 읽는데 일이 많아 집중이 잘 안 된다고 하자 그는 “한가해서 일이 없을 때를 기다려 독서한다면 죽을 때까지 독서할 여가는 없다. 일을 만들면 일이 생기지만[生事事生], 일을 줄이면 일이 줄어든다.”[省事事省]고 일러주었다. 이삼환이 정리한 ‘성호선생언행록’에 기록돼 있다. 조선 중기의 문신 문덕교(文德敎·1551∼1611)는 건강을 위해 가장 좋은 것은 ‘마음을 맑게 하고 일을 줄이며 조용히 지내는 것[淸心省事靜中居]’이라고 읊었다.
이들보다 훨씬 선대 사람인 중국 송의 주익(朱翌· 1097~1167)은 호가 생사노인(省事老人)이었다. 이름 ‘翌’은 다음 날이라는 뜻이니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어 일을 줄이면서 산 사람일까? 가가(呵呵). 재미있다. fusedt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