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스포츠시설은 혐오시설이다? (1)

입력 2016-01-2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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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스포츠레저학부 교수

1조5216억원. 이 금액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위해 신축된 16곳의 경기장 및 관련시설의 건축에 소요된 비용이다. 1조8100억원. 이는 2002년 월드컵을 위해 신축된 전국 10개 경기장의 건설비용이다.

시간 흐름에 따른 화폐 가치를 고려할 때 최근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전국 유치원 누리과정을 위한 필요 예산 이상이 될 것이다. 하지만 경기장 신축에 소요되는 비용은 비단 인천아시안게임과 월드컵 경기장만의 문제는 아니다. 따라서 본 칼럼은 이미 수많은 비판과 논란이 존재하는 스포츠시설의 신축과 이를 요구하는 스포츠 이벤트 유치에 대해 소모적 비판을 더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다. 다만 경제성만으로 스포츠시설을 평가하고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 없는 것인지를 몇 차례 칼럼을 통해 나눠보고자 한다.

부정하고 싶지만 스포츠시설은 기본적으로 혐오시설이다. 물론 본인의 주관적 견해로, 이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 내지는 법적인 근거는 없다. 혐오시설은 지역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오는 시설로 지역주민에게 고통을 주며 때론 경제적 부담을 유발한다. 하지만 그에 비해 혜택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순수 공익적인 시설로 핵발전소, 공항, 쓰레기 소각장, 교도소 등 그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칼 포퍼는 이를 원치 않는 지역토지의 사용인 LULU(locally unwanted land use)라고 표현하였는데, 그의 주장에 따르면 스포츠시설은 혐오시설로 간주될 수 있다. 응원 소음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민원으로 밤 10시 이후 모든 응원도구의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목동야구장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된다. 소음 외에도 모든 대형 경기장이 가지고 있는 교통체증 유발, 주차난, 야간 조명, 각종 잡상인 증가 등 스포츠시설을 혐오시설로 봐야 할 이유는 아주 많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거대한 혐오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그토록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매우 간단하다. 혐오시설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 순수 공익성임을 감안할 때, 순수 공익성의 추구가 많은 비용 사용에 대한 유일한 당위성이자 해답일 것이다.

스포츠시설의 공익성 추구는 그 재원의 출처에서도 다시금 명백하게 드러난다. 건축 비용과 유지관리 보수 비용에 막대한 세금이 사용되었다면 이는 스스로의 공익성을 규정짓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겨진 시설물의 사후 활용이나 이를 남기도록 요구하는 스포츠 이벤트의 개최 역시 공익성의 기본 바탕 위에서 진행되어야 함은 자명하다. 하지만 사후 활용에 대한 많은 연구와 언론보도 모두 수익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건축되고 관리되어 공익성을 내포하고 있는 시설에 수익성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행위인가? 왜 공공재인 스포츠시설에서 꼭 돈을 벌어야만 하는가? 이와 같은 집착과 매몰에서 해방되지 않는 한 사후 활용 방안도 국민을 위한 활용 보고서가 아닌 한낱 ‘사업 보고서’가 될 확률이 높다.

스포츠는 국민의 삶의 질 제고, 의료비 감소, 행복 추구와 같이 우리 사회를 지탱해 왔고 번영시켜왔던 공공재였다. 그리고 스포츠가 벌어지는 물리적 현장인 스포츠시설은 공공재의 연장이자 다양한 국민과의 접점이 시작되는 산업재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그동안 우리는 산업재로서의 스포츠시설에 매몰되어 공공재로서의 스포츠시설의 가치를 외면했다. 스포츠시설은 시설 사용에 대해 국민의 의견이 공익적 프로세스로 투영된 도시민의 행복 자산이 되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수익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인인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함께 엉켜 땀 내음을 내는 곳. 돈보다 사람이 늘 먼저인 곳. 그곳이 바로 스포츠시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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