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족 생활은 가족관계의 변화에 기인한다. 필자가 어릴 때만 해도 ‘핵가족’이라는 단어가 생소했다. 불과 십 수년 사이에 부부와 자녀 2명으로 이루어진 ‘4인 가구’가 가장 보편적인 가족 구성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4인 가구’를 넘어 ‘1인 가구’가 대세다. 1인 가구는 2000년 222만4000가구에서 2015년 506만1000가구로 15년 만에 2배 이상 급증했다. 가구 구성이 달라지면서 식품 소비행태도 크게 달라진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최근의 식품소비 패턴을 조사해 ‘2016 외식 소비 트렌드 전망’을 발표했다. 대표적 올해 외식 소비 트렌드는 맛집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미식 노마드(Nomad·유목민)’, 어플리케이션 서비스 등 ‘IT기술 접목’, 그리고 ‘나홀로 식사’다. ‘나홀로 식사’는 가족관계의 변화, 1인 대상 음식점 증가, 가정 간편식 시장의 성장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1인 식사 수요가 증가하는 흐름을 반영한다. 이러한 흐름이 외식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새로운 식품소비와 외식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초래한다. 외식산업의 구조적 변화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테이크아웃 전문 레스토랑의 확산, 1인용 메뉴의 다양화, 집밥 전문식당의 증가 등이다. aT 조사 결과, 2014년 냉동식품 생산량은 2008년 대비 84%나 증가했다. 냉동식품은 “가정에서 혼자 식사할 때 소비한다”는 응답이 40%를 차지했다. 즉석식품, 간편식품 소비가 크게 증가하고, 쌀이나 채소 등도 소포장 형태 구입이 늘어나고 주방가전도 소형이 인기다. 이러한 추세에 잘 대응해야 외식산업도 시대 흐름에 부응할 수 있고 경기침체에 대응할 수 있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전되다 보니 혼자 밥 먹는 중장년층도 늘어난다. 자녀들이 부모 품을 떠나고, 배우자도 각자 사회활동에 바쁘다 보니 은퇴 후 밥 먹는 일이 중요한 일상사이다. 혼자 먹는다고 쓸쓸해하거나 서러워할 필요가 없다. 혼자 먹는 밥에 익숙해져야 하는 시대다. 예전보다 부엌 살림이 훨씬 편해지고 식재료 구입도 쉬워졌으나 전기밥솥을 어떻게 조작하는지 몰라서 혼자서는 밥도 못해 먹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퇴임한 모 장관은 필자와 만난 자리에서 퇴임 후 혼자 밥 먹는 것을 해결하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중년 남성에게는 거창한 수준의 요리가 아니라 ‘밥 해 먹을 정도의 요리실력’만 있으면 된다”고도 했다.
혼밥족이 늘어나는 시대에 꼭 필요한 것은 중장년 남성들을 위한 ‘생활요리’이다. 외식도 좋고 간편식도 좋지만 ‘집밥’을 먹고 싶을 때는 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삶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가 식생활이다. 국, 찌개, 밑반찬 등 간단한 요리만 배워도 건강관리는 물론 생활이 훨씬 풍요로워질 수 있다. aT 농식품유통교육원도 중장년층을 위해 쉽고 간단한 생활요리 강좌 개설을 추진 중이다.
최고의 프랑스 요리를 미국 가정에 맞게 소개해 ‘미국 요리의 대모’라는 칭송을 받은 요리연구가 줄리아 차일드는 “화려하고 복잡한 걸작을 요리할 필요는 없다. 다만 신선한 재료로 좋은 음식을 요리하라”고 말했다. 올해는 쿡방, 먹방 열풍에 이어 ‘생활요리’가 우리나라 식생활의 트렌드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