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만의 폭설로 제주국제공항 항공기 운항이 25일로 사흘째 중단된 가운데 제주도민들의 차분하고도 따뜻한 대응이 눈길을 끌고 있다. 제주도 역시 도 차원의 행정 역량을 집중, 공항 체류객들의 불편 최소화를 위한 지원을 이어가는 중이다.
제주공항 노숙 대란이 알려진 24일 늦은 밤부터 제주도민들은 “우리 집을 내주겠다”며 무료 숙박 제공 의사를 잇달아 밝히고 있다. 공항 인근인 제주시 애월읍의 한 60대 부부가 이날 밤 제주지역 최대 인터넷커뮤니티인 ‘제주맘까페’에 “공항에 계신 분께 무료로 방을 제공하고 식사도 해드리겠다”는 글을 올리자, 역시 고립 관광객들에 무료로 숙식을 제공하겠다는 도민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같은 날 다른 60대 부부는 공항을 찾아 삶은 계란 50개, 고구마와 귤 각각 1박스를 체류객들에게 나눠줬고, 방송인 허수경 씨는 제주시내 약국들을 돌며 구입한 쌍화탕 1000여개를 공항 체류객들에게 직접 전달했다.
호텔 신라의 비지니스 호텔인신라스테이 제주의 경우 23, 24일 항공 결항으로 발이 묶인 고객들에게 60개가 넘는 객실을 무료 제공하기도 했다.
제주도 역시 3000여명에 달하는 공항 체류객들의 편의를 돕기 위해 적극 나선 모양새다.
제주도는 23~24일 체류객들에게 물과 간단한 음식(삼다수 3000개, 빵 1만5000개 등), 그리고 모포와 매트리스 3000여장 등을 제공했다. 휴대전화 무료충전기 50대 및 멀티탭 100대 등도 설치했으며, 몸이 불편한 체류객들을 위한 휠체어서비스, 외국인 체류객을 위한 외국어통역요원 지원도 제공 중이다.
이와 함께 관광협회와 손잡고 숙박 가능 시설을 실시간 파악해 체류객들을 안내하고 있으며, 공항에서 이동을 원하는 관광객들에게 정보제공은 물론 대중교통과 전세버스를 통한 이동편도 지원하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25일 오전 ‘폭설‧한파에 따른 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고 “공항과 시내를 잇는 교통편을 긴급 투입하고 공항에 발이 묶인 관광객 분들을 위해 물품을 제공하고 있지만 찬 바닥에서 장시간 대기하시는 분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기엔 부족함이 많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원 지사는 “어려운 상황임에도 차분히 대응하고 기다려주시는 데에 감사 드린다”며 “관광객 여러분들이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현장에서 불편한 점을 찾고 해소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