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진출 39년 만에 철수를 발표한 영국계 바클레이즈증권과 은행 서울지점 임직원들이 본사와 사측의 부당해고에 맞서겠다며 단체 행동에 돌입했다.
외국계 대형 IB에서 직원들이 사측의 부당함에 맞서 노조 가입은 물론 전문 노무법인을 섭외해 생존권 사수에 나선 일은 상당히 이례적이기 때문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바클레이즈캐피탈증권 서울지점 직원 56명중 47명이 민주금융 주한외국금융기관 노조 분과에 신규로 노조 가입을 한데 이어 (본지 2016년 1월21일자 韓시장 철수 바클레이즈캐피탈증권 서울지점 노조설립 참조) 바클레이즈은행 직원들도 노동부에 노조가입 신청을 마무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바클레이즈증권 은행과 증권지점이 한국에 진출 한지 39년 만에 철수를 앞두고 최초로 노조를 결성한 것이다. 바클레이즈 자체적으로도 노조 활동이 상대적으로 활발한 영국 본사 이외에 지점에서 노동조합을 만든 것은 서울지점이 최초인 것으로 전해진다. 바클레이즈은행 노조는 전문 노무법인과 계약까지 체결했다.
이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한 배경은 바클레이즈 본사의 부당해고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철수 대신 사업부의 일부 축소 및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전일 바클레이즈는 서울, 대만, 인도 등 아시아 지점의 철수를 공식 발표했다. 실제 바클레이즈증권 서울지점엔 본사 존 매헌(John mahon)논코어 헤드가 직접 방문해 향후 철수 계획 등에 논의 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본사 회장에서 직접 보고를 하는 존 매헌 헤드가 아시아 지역에서 서울 지점에 유일하게 방한 한 것은 그만큼 서울 지점에 대해 각별히 여기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은행과 증권 일부 직원들에게 이 달 말까지 근무하고 14개월치의 위로금을 지급한다고 사실상 해고를 통보 해 물의를 빚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바클레이즈에서 제시한 위로금은 직급에 상관 없이 모두 월급의 14개월치를 산정하는데, 그간 외국계 금융사가 철수시 한국 직원들에게 제시한 수준인 24개월에서 30개월 대비 턱 없이 부족하다”며 “과거 한 차례 한국시장을 철수한 이후 다시 나가는 ‘먹튀’자본이라는 인식에 이어 직원들에 대한 대우조차 빈약하다는 평가가 대세”라고 꼬집었다.
실제 바클레이즈는 지난 1998년 국내에서 첫 영업을 시작 했다가 외환 위기 직전 지난 1996년 2월 지점을 폐쇄한 바 있다. 사실상 이번이 두 번째 한국 철수인 셈이다.
한편 이같은 바클레이즈 직원들의 움직임에 외국계금융기관들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한 외국계증권사 관계자는 “통상 업황 불안으로 본사의 셧다운 발표에 따라 일희일비가 갈리는 외국계 금융기관 특성상, 향후 고용 보장 및 위로금 산정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노조 가입이 유리하다는 정서가 불고 있다”며 “금융당국에서도 한국지점 철수시 직원들의 고용 승계나 위로금 등 정성적 평가를 보기 때문에, 노조가 결성 될 경우 본사나 사측에서도 무시하긴 힘들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