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에게 있어 아이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귀중한 보석이다. 돈이 제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돈은) 아이의 웃음만 못한 법이다. 이는 아마도 이 세상 모든 부모의 마음과 같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를 둔 부모임에도, 부모 같지 않은 이들이 있다. 자신을 꼭 빼닮은 아이에게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행하는 이들이다. 이들은 사람의 탈을 쓴 악마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최근 세상을 들썩이게 한 부천 초등생 시신훼손 사건 또한 마찬가지다. 초등생 아들의 시신을 날카로운 흉기로 심하게 훼손한 후 냉동 보관한 인면수심의 아버지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살인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19일 부천 초등생 시신훼손 사건의 피해자 최모군을 부검한 결과, 머리에서 구타 흔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돌아보면 부천 초등생 살해 사건을 한 아버지의 잔악무도함만으로 국한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당초 최군은 4년 가까이 학교에 나오지 않았지만, 학교와 교육청과 지자체 어느 곳도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이는 결국 뻥 뚫린 사회 안전망으로 인해 제2, 제3의 최군 사건이 발생할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경찰청에 따르면 19일 현재 교육부와 아동보호전문기관, 지자체 등으로부터 소재 불명 및 학대 의심 아동에 대해 46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이 가운데 27건은 학대 우려가 없는 것으로 확인돼 사건을 종결했다.
하지만 남은 19명 가운데 7명은 소재조차 파악이 안 되고 있다. 이들 아동의 지역 및 담당 경찰서는 경기 안산단원서(2명), 부산 서부서, 김해 서부서, 마산 중부서, 대전 유성서, 화성 동부서 등이다.
이들 7명 외에 12명 중에는 아버지에 의해 시신이 훼손된 채 발견돼 충격을 준 경기 부천의 초등학생이 포함되어 있다. 경찰은 나머지 11명에 대해 학대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또는 내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랑을 다 주어도 늘 부족한 것이 자식 사랑인데, 왜 상식 이하의 부모들은 자식에게 그다지도 몹쓸 짓을 하는 것일까.
지난 2013년 소풍 가고 싶다던 8살 의붓딸을 때려 갈비뼈 16대를 부러뜨려 숨지게 한 ‘울산 계모 사건’과 작년 말 인천에서 11살 친딸을 2년간 굶기고 때리는 등 상습적으로 학대한 비정한 아버지 사건 등을 보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더는 이 같은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교는 학생들을 내 자식처럼 여기고 동향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경찰과 지자체는 아동학대 신고가 있는 경우 무심코 넘기지 말고 철저히 조사해 대형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외에도 가까운 곳에서 아동을 접할 수 있는 주변인들과 교원, 의료인, 아동복지시설 종사자,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아동복지전담 공무원 등은 아동학대의 기미가 보인다면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제2, 제3의 아동학대 사건을 미연에 차단할 수 있는 힘, 우리 모두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