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대만의 대립이 첨예하다. 양안에서 현재 증폭되고 있는 갈등의 진원지는 놀랍게도 한국의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출신 멤버 쯔위(본명 저우쯔위·周子瑜)다.
지난해 11월 22일 공개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사전 인터넷 방송에서 쯔위가 자신이 대만인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태극기와 대만기(靑天白日旗)를 함께 흔들었다. 출연 직후 대만 현지 매체 중천 신문 등은 쯔위의 방송을 보도하며“쯔위는 대만의 빛”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중국 네티즌은 “대만 국기를 흔드는 것은 반역행위다”며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여기까지 사태는 비교적 잠잠했다. 대만 독립 반대론자인 대만 가수 황안(黃安)이 지난 1월 8일 자신의 웨이보에 쯔위의 대만 국기 흔드는 방송 장면을 캡처해 올린 뒤 “이 장면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현지 매체에 보도되며 ‘자랑스럽다’는 반응을 이끌어냈다”라며 쯔위와 트와이스 중국 활동을 비판한 것이 중국과 대만의 정반대의 반응을 폭발시켰다. 중국에선 비난이, 대만에선 지지가 쏟아졌다. 쯔위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면서 중국에선 화웨이 스마트폰 Y6 모델인 쯔위의 교체와 웨이보의 검색중단을 했고 대만 총통선거에선 민진당과 국민당이 쯔위 사건을 선거에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지지성명전을 펼쳤다.
방송 당시는 물론 이후에도 사태의 심각성을 몰랐던 트와이스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는 문제가 심각해지자 부랴부랴 두 차례에 걸쳐 “쯔위 본인은 하나의 중국이란 원칙을 이해하고 존중한다. 대만은 쯔위의 고향이고, 대만과 쯔위는 끊을 수 없는 관계지만, 대만 사람이라고 모두 대만독립운동가가 아니다. 자사는 한중 양국이 달성한 우호적인 공식을 지지하며,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이해 및 존중한다”는 해명성 입장을 발표했다. 사태가 진정되지 않자 급기야 박진영이 공개로 사과하고 쯔위는 사과 동영상을 올렸다. 하지만 중국에선 쯔위와 트와이스, JYP를 넘어 반한류의 움직임마저 보이고 대만에선 쯔위를 사지(死地)로 내몰았다며 JYP와 한국에 대해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국기를 흔든 행동 하나로 한·중·대만 3국에 긴장과 갈등을 증폭시킨 쯔위는 바로 소프트 파워의 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외국인 멤버가 있는 아이돌 그룹이 급증하고 많은 국가에서 한류가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획사들은 쯔위 논란을 계기로 멤버 출신 국가와 활동 및 진출하는 국가의 역사, 문화, 정치적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 멤버들의 언행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한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하는 위기대처 능력도 배가시켜야 한다. 스타 연예인은 이제 연예활동에만 머무는 티켓 파워가 아니라 정치,경제, 사회, 문화, 국제문제에 전방위로 영향을 미치는 소프트파워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쯔위 사태는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