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여파로 해외건설의 수주 텃밭이던 중동시장의 수주고가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대규모 수주물량이 쏟아질 시장이 열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건설사들의 지난해 해외시장 수주는 크게 줄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내 건설사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406억 달러로 2014년 같은 기간(591억 달러)보다 31.1% 줄었다.
하지만 이번 이란 제재 해제로 핵 등 대량살상무기 등과 관련한 전략물자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품목에 대한 수출입 제한조치가 철폐되면서 건설업계도 숨이 트일 전망이다.
우리나라가 2010년 대(對)이란 경제제재에 동참하기 전까지 이란은 해외건설 수주액으로 전체 나라 중 6위, 중동 국가 중 5위를 차지하는 '중점국가'였다. 1975년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이 이란에 첫 발을 내딛은 이후 국내 건설업체가 이 지역에서 수주한 공사만도 총 91건, 120억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경제 제재가 시작된 이후 이란은 해외건설 수주에서 전체 국가 가운데 17위, 중동 국가 중 8위로 떨어졌다. 대형 플랜트 공사 수주로는 2009년 GS건설이 따낸 사우스파 가스개발사업 6∼8단계 탈황 및 유황 회수설비 공사(13억9000만 달러)가 마지막이다.
특히 원유 매장량 세계 4위, 인구 8천만명의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은 중동 제2의 경제대국으로 오랜 제재로 침체된 경제를 재건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정체됐던 각종 개발사업이 활기를 띠고 건설붐이 조성되면 주요 교역국이자 협력파트너인 한국에 미치는 긍정적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업계에서 예상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이번 핵협상 타결로 경제제재가 풀리면 가스·정유 플랜트 공사가 쏟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란은 앞으로 1300억∼1450억 달러를 투자해 원유 시설 등을 교체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정비에 필요한 도로·철도·항만·댐 등 토목·건축부문의 인프라 시설 공사도 대거 발주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우리 건설사는 이란에서 평판이 좋았고 기술력도 높기 때문에 수주 경쟁력이 있다"며 "이번 핵협상 타결이 우리 건설사들이 이란 시장에 다시 진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림산업·현대건설·GS건설 등 국내 대형건설사들은 그동안 경제 제재 당시에도 이란 테헤란 등에 지사를 철수하지 않고 공사 관리 등에 필요한 인력은 운영해오면서 이란과의 관계 유지에 힘써왔다.
이에 GS건설 관계자는 "GS건설은 그동안 이란에서 여러 사업을 수행한 오랜 사업 파트너로서 핵협상을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봐 왔다"며 "현지상황을 면밀히 파악해 가능한 빨리 이란 건설 시장에 재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란 발주 물량이 예상대로 나올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오랜 경제 제재를 거치면서 주요 유전의 노후화가 심각해 단기간에 급격한 원유 증산이 어려운데다 최근 저유가 기조가 이어져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이란이 발주를 계획하는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건설사들이 우선 공사비를 마련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거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건설사들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