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저유가] 오일머니 10조 ‘엑서더스’…투자자 울상

입력 2016-01-13 09:30 수정 2016-01-13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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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시장 불안에 유가 폭락까지 겹치며 중동계 ‘오일머니’가 대거 국내 증시에서 이탈했다. 원유 관련 상품의 수익률 역시 바닥을 치며 투자자들의 속을 태우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저가매수를 노리는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13일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노르웨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산유국 3개국의 국내 주식 보유 규모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 30조6980억원 수준이다. 고점이던 2014년 7월(41조3410억원)에 비해 10조6430억원(25.7%) 감소한 것이다.

같은 기간 전체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보유액이 460조3070억원에서 430억1600억원으로 약 6.5% 줄어든 것과 비교해 오일머니 이탈세가 매우 거센 것이다. 2014년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던 국제 유가는 12일(뉴욕 현지시간) 장중 배럴당 30달러선이 붕괴할 만큼 추락하고 있다.

선성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저유가로 산유국 재정이 악화하면서 오일머니가 본국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특히 한국은 그간 산유국의 투자 비중이 높았던 만큼 자금 유출 강도도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유가 폭락에 외국인 자금 이탈까지 이어지는 상황에서 관련 상품의 손실 폭도 커지고 있다.

에프앤자산평가에서 평가하는 원유 기초자산 공모 파생결합증권(DLS) 중 11일 기준 상환되지 않은 원유 DLS는 899건으로 이 중 50.5%(454건)가 원금 손실(녹인·knock-in) 구간에 진입했다.

발행액 기준으로 1조4081억원 규모의 DLS 중 9175억원(65.2%)이 원금 손실 위기에 처한 것이다. 특히 2014년 말 이전에 발행된 국내 원유 DLS는 전부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원유에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도 암담한 상황이다. 전일 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에 따르면 연초 이후 해외 주식형 펀드 중 에너지 섹터 수익률은 -7.47%다. 섹터 내에서도 원유 관련 상품들은 10% 이상 손실을 내고 있다.

‘KBKStar미국원유생산기업증권ETF(주식-파생)(합성H)’는 연초 이후 -10.18% 손실을 봤다. 1개월과 3개월 수익률은 각각 -17.36%, -30.35%로 더욱 저조하다. ‘삼성WTI원유특별자산1(WTI원유-파생)(A)’과 ‘KTBWTI원유특별자산(원유-재간접)C-A’ 역시 최근 1개월간 수익률이 -12.73%, -12.36% 수준이다.

그러나 암담한 수익률에도 관련 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이어지고 있다. 유가가 저점에 도달했다는 판단에 오히려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 기회를 노리는 것이다.

‘미래에셋TIGER원유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원유-파생)’는 최근 1개월간 -10.58% 손실을 봤지만 359억3100만원의 자금이 새로 유입됐다. 연초 이후에도 -7.01% 하락했지만 75억2200만원이 들어왔다.

한 증권사 투자전략 담당 애널리스트는 “산유국 기업들이 생산을 줄이면서 결국에는 유가도 균형을 찾겠지만 50~70달러 선으로 회복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섣부르게 목돈을 투자하기엔 적절치 않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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