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한진중공업까지 떠안나

입력 2016-01-0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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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워크아웃’…대우조선·현대상선 전철 우려

한진중공업이 채권단에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 절차)을 신청한 가운데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상선 등 취약업종에 대한 여신으로 산은의 적자전환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진중공업 지원이라는 부담이 새롭게 얹어졌기 때문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7일 한진중공업이 자율협약을 신청함에 따라 이날 채권금융기관협의회에 자율협약 개시 관련 안건을 부의할 계획이다. 다음 주 중에는 채권단 회의를 열고 해당 안건을 결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자율협약의 경우 채권단 100%가 동의해야 가결된다.

한진중공업과 채권단의 자율협약 체결은 사실상 워크아웃이나 다름없다. 특히 올해부터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실효돼 워크아웃 체결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통상적인 기업 구조조정 단계는 자율협약-워크아웃-법정관리 세 가지로 분류되지만, 조선 업종의 경우 워크아웃에 돌입하면 기존 수주 계약이 해지될 위험이 있어 자율협약을 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우조선과 SPP조선, 성동조선해양, STX조선해양 등의 경우가 그렇다.

앞서 한진중공업은 지난 2014년부터 재무구조 개선 약정에 따라 자산 매각 등 자구계획안을 실행해왔다. 하지만 부동산 등의 매각이 일부 지연되면서 자금 확보에 차질이 빚어져 2000억원가량의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협약이 개시되면 채권단은 대출 상환을 유예하고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고강도의 자구안과 구조조정을 요청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한진중공업은 향후 정상화 방안과 함께 이전보다 강도가 높은 자구안을 새롭게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한 현대상선을 비춰볼 때, 한진중공업의 유동성 위기가 장기화하고 재무구조가 악화하면 한진그룹의 지원 역시 가능한 시나리오다. 한진중공업이 내놓은 고강도의 자구안이 실효성이 없을 경우 한진의 출자전환이나 사재 출연 등의 출혈도 배제할 수 없다.

한진중공업에 대한 채권은행의 충당금 규모는 아직 책정되지 않았다. 자율협약이 개시되면 채권은행들은 한진중공업을 대상으로 약 3개월여의 실사를 진행하고,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채무를 재조정해 여신을 재분류하게 된다.

보통 자율협약 체결 기업의 여신은 ‘요주의’ 채권으로 인식, 한진중공업이 요주의 채권으로 인식될 경우 채권은행은 7∼19%에 해당하는 금액을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산은은 한진중공업에 대한 5000억원 규모의 여신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요주의로 인식할 경우 350억∼950억원의 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한다.

앞서 대우조선의 경우도 갑작스러운 부실로 산은과 수은이 총대를 메고 대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했으며, STX조선과 성동조선, SPP조선 역시 자율협약 단계에서 유동성 위기를 명목으로 빈번하게 추가 자금이 집행돼왔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한진중공업은 구조적 문제라기보다 일시적 유동성 위기”라며 “제1금융권에 여신이 집중된 만큼 자율협약 체결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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