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아모레를 비롯한 국내 화장품 업계에 대한 필자의 기억은 집집마다 벨을 누르고 문전박대를 받아가며 영업을 하던 방문판매 아주머니들이다. 또 중국에 한류 열풍이 불기 전까지만 해도 국내 화장품 업계가 샤넬 등 해외 브랜드들에 밀려 살아남고자 안간힘을 쓰던 기억뿐이다.
그러던 화장품업계는 한류 열풍으로 중국 등 아시아 시장 매출 증가로 이제는 국내 주요 수출 업종이 됐다. 그로 인해 서 회장은 10조원의 부자가 됐는데 왜 많은 사람들의 반응은 ‘아, 모래. so what?’일까.
아모레퍼시픽은 정부 특혜 기업도 아니고 횡령배임을 저지르거나 탈세를 하지도 않은 기업이다. 평소 삼성공화국이라고 비난을 하면서도 존경하는 인물 상위권을 이건희 회장이 차지한다. 서 회장이 지난해 당당히 국내 주식부자 2위에 올라섰지만 ‘그래서 뭐?’라는 반응은 의외이다. 주변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크게 두 가지 면에서 왜 이런 반응이 나오는지 수긍이 간다.
우선 서 회장의 경영능력만으로 10조원의 부자가 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한 화장품 회사들이 한류의 가장 큰 수혜를 보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아모레퍼시픽만이 아닌 화장품 업계 전반이 잘 나가는 것이 그것을 방증한다.
대우조선, 현대중공업이 어려운데 삼성중공업이 나홀로 잘 나간다면 그건 삼성중공업이 잘한 것이다. 하지만 조선업종이 다 잘되고 있다면 개별기업 경영인 능력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업종 호황이 가장 큰 이유다.
마찬가지로 아모레퍼시픽만 잘 나가는 것이면 모르겠지만 화장품 업계 대부분 실적이 좋다. 서 회장의 능력보다는 한류의 영향이 회사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일부 동네 치킨집에서도 보기 어려운 일들이 서 회장을 10조원의 재벌로 만들어준 아모레퍼시픽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다수 매체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아모레퍼시픽이 일부 제품을 표시 용량보다 2% 적게 해서 팔다가 대전식약청에 적발됐다. 지난 2013년에는 이니스프리가 과대광고로 제재를 받았고, 올해 2월에는 에뛰드하우스가 화장품 오인광고로 식약처 행정처분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제조일자를 허위로 표기한 초콜릿을 시중에 납품하려다 식약처에 덜미가 잡히기도 했다.
대리점들을 상대로 한 ‘갑의 횡포’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특약점에 대한 아모레퍼시픽의 ‘갑질’은 수년째 민원이 제기되고 잇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8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억원를 부과했고, 중소기업청 요구로 검찰에 고발된 상황이다. 10조원 재벌이 회장으로 있는 회사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총 8조원 규모의 기술 수출에 성공한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은 임직원에게 자신의 개인재산 1100억원을 나눠줬다. 임 회장은 적자와 월급동결 상황에서도 R&D에 투자할 수 있게 견뎌준 임직원을 위해 사재를 내놔 눈길을 끌었다.
물론 국민이 재벌에게 원하는 것이 돈을 벌었으니 나누자는 것은 아니다. 경쟁사의 눈물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기본인데 일부 재벌들은 평소에 가족이라며 독려하는 직원들의 눈물을 통해 돈을 벌려고 한다. 재벌이라면 최소한 국민을 속이지 않고 물건을 팔아야 존중받을 수 있지 않을까.
국민이 재벌에게 원하는 것은 크지 않다. 개인재산으로 명차 타고, 명품 입고, 해외여행 다니라는 것이다. 돈이 필요하면 횡령하지 말고 배당으로 받아가 돈을 써야 한다. 회사가 기부하는 데 본인이 한 것처럼 생색 내지 말라는 것이다. 공정한 분배, 재벌이라는 칭호에 맞는 행동과 경영을 원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