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1월 7일 避嫌相避(피혐상피) 공정과 청렴을 지향하는 몸가짐

입력 2016-01-0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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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대한적십자사는 지난 연말 김성주 총재가 이사장인 성주재단에 적십자회원 유공장 중 최고 영예인 ‘최고명예대장’을 수여했다. 최고명예대장은 5억 원 이상 기부 회원이나 단체에 주는데, 성주재단은 누적액 기준 22억 원을 기부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재단은 2012년 7월 700만 원을 제외하면 김 총재의 취임(2014년 10월 16일) 이전에는 거의 기부를 하지 않다가 취임 이후 몇 차례 거금을 잇달아 냈다. 그는 취임 당시 적십자 회비를 5년간 전혀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이 기사를 보면서 피혐(避嫌)과 상피(相避)를 생각했다. 어떤 직책에 임명되거나 임무 수행 중 자신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 진위를 떠나 거론된 사실 자체를 수치로 여겨 사직이나 교체를 청하는 게 피혐이다. 퇴계 이황은 도산에 기거할 때 산 아래에 있는 국영 저수지의 고기를 잡았다고 헐뜯는 사람이 있을까 저어하여 여름만 되면 주거를 계상(溪上)으로 옮겼다. 거경(居敬)의 몸가짐을 여실히 보여주는 일화다.

상피는 일정 범위 내 친족 간에는 같은 부서나 유관기관의 벼슬을 맡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어느 지역에 특별한 연고가 있으면 그 지역에 파견되지 못하게 하는 것도 상피다. 성종 10년(1479) 대사헌 어세겸(魚世謙)은 동생 어세공(魚世恭)이 병조판서가 되자 “사헌부는 병조의 분경(奔競·벼슬자리 청탁 운동)을 살피고 인사의 잘못을 탄핵해야 한다”면서 자신의 면직을 요청했다.

중국 춘추시대 노나라 재상 공의휴(公儀休)는 가족들이 심은 아욱을 뽑고 베틀을 치우게 했다. 채소를 가꾸는 농민과 직물을 짜서 파는 이들을 배려한 발규거직(拔葵去織· 2015년 4월 12일자)이었다. 김 총재의 재단은 상을 받을 만하니까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피상(避賞)을 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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