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23ㆍ미래에셋)의 해가 밝았다. 지난해는 김세영에게 축복과도 같은 해였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데뷔와 함께 3승을 달성하며 생애 단 한 번뿐인 신인왕의 영예를 안았기 때문이다.
‘역전의 명수’라는 닉네임도 완전히 굳혔다. 김세영의 플레이는 위기에 더욱 강했고, 찬스 때는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특히 롯데 챔피언십에서의 ‘끝내기 이글’은 전 세계 골프팬들의 눈을 의심케 했다. 박인비(28ㆍKB금융그룹)와의 연장전 첫 번째 홀(파4)에서 세컨드 샷을 그대로 컵에 넣으며 드라마틱한 우승을 일궈냈기 때문이다.
김세영은 지난해 LPGA 투어 27개 대회에 출전해 3승(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ㆍ롯데 챔피언십ㆍ블루베이 LPGA) 포함 톱10에 11차례 진입하며 김효주(21ㆍ롯데), 이민지(20ㆍ하나금융그룹), 장하나(24ㆍ비씨카드) 등 역대 최강 루키들을 모조리 제치고 신인상을 수상했다. 메이저 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는 2위, 캐나다 퍼시픽 여자오픈과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에서는 각각 3위를 차지하는 등 매 대회 뜨거운 우승 경쟁을 펼쳤다. 상금순위는 4위(182만 달러ㆍ약 21억6000만원), 평균타수 8위(70.33타), 올해의 선수 부문에서는 3위(161포인트)에 올랐다.
1월 첫째 주 여자골프 세계랭킹은 7위(5.77포인트)로 박인비(2위), 유소연(26ㆍ하나금융그룹ㆍ5위)에 이어 한국선수 3위를 마크, 2016 리우올림픽에 출전 가능성을 높였다. 리우올림픽 골프종목은 국가별 남녀 각각 2명까지 출전할 수 있지만 7월 11일(한국시간) 기준 세계랭킹에서 15위 안 선수가 4명 이상인 나라는 최대 4명까지 출전 가능하다.
김세영은 국내 프로골퍼를 대표하는 원숭이띠로 기분 좋은 한해를 열었다. ‘2년차 징크스’도 올핸 김세영의 상승세를 막지 못할 듯하다. 그는 강력한 드라이브샷에 고감도 아이언샷을 동시에 겸비한 흔치 않은 선수다. 바로 그것이 LPGA 투어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그는 지난해 드라이브샷 평균 비거리 266.020야드를 기록하며 이 부문 10위에 올랐다. 대부분의 장타자들은 정확도 및 쇼트게임에 약한 모습을 보이지만 김세영에게는 통하지 않는 이야기다. 김세영은 지난해 그린 적중률에서도 17위(71.9%)에 올랐다. 게다가 위기에 더욱 강해지는 강철 멘탈 테크닉의 소유자다.
그는 올 시즌 4승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3승보다 한 발 더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하나 더 있다. 바로 2016 리우올림픽에 한국 대표로 출전하는 일이다. 결코 쉽지 않은 목표들이지만 지난 시즌 김세영의 활약만 놓고 본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박인비와 리디아 고(19ㆍ뉴질랜드)의 양강 구도 속에서 역대 최강 루키군단 김효주, 이민지, 장하나 등이 투어 2년째를 맞았다. 거기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4관왕 전인지(22ㆍ하이트진로)가 LPGA 투어에 본격 데뷔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지난해 일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전념했던 이보미(28ㆍ혼마골프)는 올해 올림픽 출전 희망을 안고 LPGA 투어 메이저 대회에 출전한다. 사상 유례없는 불꽃 경쟁이 시즌 초반부터 전개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세영의 존재감은 여전히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