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간 은행업에 몸담았던 김주하 농협은행장은 29일 퇴임식에서 “강하고 경쟁력 있는 은행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며 “이경섭 신임 행장과 직원들이 반드시 이뤄 줄 것으로 믿는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행장은 이어 “취임이후 많은 변화로 인해 시장에서 ‘농협은행이 확실히 달라졌다’는 평을 듣게 됐다”며 “우리도 하면 된다는 자신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김 행장은 지난해 1월 취임해 대기업 여신 비중을 줄이고 농식품기업 등 중소기업 비중을 확대했다. 또 기업체 상시방문제도(C/L)을 시행했고, 찾아가는 영업 등 건전성 관리와 마케팅 체계를 현장 중심을 가다듬었다.
업계 최초로 복합점포를 개설하고, 핀테크 오픈플랫폼 출시로 호평을 받기도 했다.
특히 그동안 대포통장 최다 은행이라는 불명예를 말끔히 씻고, 시중은행 중 최저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김 행장은 “이제 7·8부 능선을 넘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향후 2~3년 경영여건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김 행장은 “여전히 시장의 벽은 높고, 가야할 길이 먼 것 또한 사실”이라며 “시장 논리가 철저히 지배하는 금융 세계에서 다른 어떤 변명도 용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주하 행장은 현장을 누비며 전하던 ‘슬기, 열기, 온기’ 등 3기(氣) 덕목을 당부했다.
슬기는 지혜로움을 뜻하며, 사물의 이치를 빨리 깨닫고, 일을 정확하게 처리하는 능력이다. 열기는 사명감으로 ‘농협을 더욱 발전시켜 후배들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사명감을 의미한다. 온기는 소통의 리더십을 뜻한다.
그는 재직 중 현장 경영을 강조하며 보름간 1만km를 이동하며 1000여명의 일선 사무소장을 직접 만나는 등 현장 지도를 일상화 했다.
김 행장은 “양복 깃에 꽂은 농협 배지는 떼지만, 제 가슴 속에 깊이 꽂힌 배지는 죽을 때까지 박혀 있을 것”이라며 “여러분을 떠나 새로운 여정에 오르려니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말했다.
한편 이경섭 신임 행장은 오는 1월 4일 취임식을 통해 공식적인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