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제시한 ‘합병관련 신규순환출자 금지제도 법집행 가이드라인’이 향후 계열사 통합과 지배구조 개편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부담이 더 커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재계가 이번 공정위가 제시한 신규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의 해석을 놓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는 지난해 7월 25일 시행됐으나, 아직까지 공정위의 법집행 사례는 없었다. 하지만 올 9월 초 구(舊)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통합법인인 새로운 삼성물산이 출범하면서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공정위는 두 기업의 합병과정에서 순환출자고리가 더 강화됐다고 판단했다. 삼성SDI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 밖에 있던 제일모직 또는 구 삼성물산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지분율이 강화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SDI는 추가로 늘어난 통합 삼성물산 지분 500만주를 모두 정리해야 한다. 논란은 여기서 시작된다.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순환출자 고리가 자연스럽게 강화된 것도 공정거래법상 해소요건으로 봤다는 점이다. 합병과정에서 인위적으로 지분을 늘리지 않았어도 공정위가 법집행 가이드라인을 엄격하게 해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삼성측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문제는 현재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한 그룹들이다. 이들 그룹들 중에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으면서 경영권 승계작업이나 인수합병(M&A) 등의 작업이 필요한 곳이 적지 않다.
특히 현대차그룹이나 롯데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한화그룹 등 경영권 승계작업과 맞물려 순환출자를 해소해야 하는 그룹들의 고민은 더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공정위의 합병관련 신규순환출자 금지 가이드라인을 보면 합병과정에서 인위적으로 지분을 늘리지 않은 것도 신규순환출자 강화로 해석한 것은 부담스러운 요인”이라고 귀띔했다.
반면 공정위의 합병관련 신규순환출자 금지 가이드라인이 현행 공정거래법상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전문가 그룹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모아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아마도 순환출자 고리에서 드러나지 않은 지분율이 합병으로 강화된 것을 문제로 인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