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은 16일 “국회법 85조에 국회의장이 심사기일 지정할 수 있는 경우가 3가지 있는데 그중에서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그런 비상사태가 과연 지금 경제상황을 그렇게 볼 수 있느냐에 대해서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언론에 의장에게 일반법을 심사기일을 지정하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보도를 봤지만 의장이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할 수 없는 것이 있는데 의장은 어디까지나 법에 따라서 할 수 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청와대와 여당에서 경제활성화법과 노동개혁 5개법안에 대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보인다.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은 전날 정 의장을 찾아 “선거법을 처리하겠다면 국민들이 원하는 법들을 먼저 통과시켜주고 선거법을 처리하는 순서대로 해달라. 그것이 어렵다면 동시에 처리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그는 “청와대에 현 경제상황을 국가비상사태로 판단, 직권상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찾아보라고 부탁했다”고 언급했다.
정 의장은 그러나 선거구획정안에 대해선 여야 간 연내 합의처리가 안 될 경우 직권 상정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우리 국민 기본권 중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참정권인데 내년 4월 선거까지 4개월 남았으니까 선거구 획정 정해지지 않는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12월 31일이 지나면 ‘입법비상사태’라고 지칭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입법 비상사태가 발생 되거나 직전에는 의장이 결단할 수밖에 없다”면서 “늦어도 이달 중으로 여야 합의 못 하면 나중에 일어나는 모든 책임은 모두 국민 앞에 제가 의장으로서 책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특단조치라고 표현했는데 연말연시에 제가 심사기일을 지정하는 그런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장 직권상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정치적으로는 초법적 발상을 할 수 있지만 의장 입장에서는 오히려 나라에 혼란을 가져오고 경제를 나쁘게 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정 의장은 현 수석이 “선거법만 먼저 (상정)한다는 것은 국회의원들 밥그릇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반박했다. 정 의장은 “국회의원이 밥그릇 챙긴다는 말은 국민들로 하여금 굉장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서 “유권자들이 참정권을 심대한 훼손당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내년 4월 총선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입법 비상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밥그릇 표현은 저속하고 합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야당을 중심으로 청와대가 입법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과 관련,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했다.
한편 정 의장은 야당에서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 방안을 제안한 것에 대해 여당에서 심도있게 검토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