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화재 조훈제 사장이 취임한지 1년4개월 만에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취임 후 흥국화재의 실적이 반토막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자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으로 보인다.
조 사장이 물러나며서 흥국화재는 10년간 8명의 전문경영인(CEO)가 교체되는 수모를 겪게 됐다. 보험업계에서는 태광그룹이 계열사들의 경영진단을 매년 실시하고 있는 만큼 실적이 좋지 못하면 버티기 힘든 자리라고 분석한다. 또한 흥국화재가 빈번하게 사장을 교체하고 있어 제대로 된 경영을 하기 힘들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흥국화재 조훈제 사장은 실적 부진 등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 조훈제 사장은 윤순구 전 사장이 취임한지 1년만에 사퇴하면서 후임으로 지닌해 8월 선임됐다.
조훈제 사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한 이유는 실적이 부진을 면치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흥국화재는 올해 상반기 16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지난해 345억원보다 183억원 감소한 수치다. 특히 태광그룹내 같은 보험 계열사인 흥국생명이 46.4% 성장한 643억원을 기록한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조훈제 사장의 후임으로는 문병천 현 흥국생명보험 부사장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문 부사장은 내년 3월 주주총회 자리에서 사장으로 선임될 것으로 전해졌다.
조훈제 사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하면서 흥국화재의 사장자리에는 지난 10년간 모두 8명이 거쳐가게 됐다. 흥국화재의 수장들의 평균 임기가 1년이 조금 넘는데 불과한 것이다.
2006년 흥국화재가 쌍용화재를 인수한 이후 초대 사장이였던 오용일 전 태광그룹 부회장은 임기 1년 여만에 사임했다. 그 후임이었던 황서광 전 사장과 이종문 전 사장 모두 4개월 만에 중도 하차했다.
이후 김종연 전무가 한시적으로 사장을 맡아오다 변종윤 전무가 흥국화재 사장 자리에 올랐으나, 2010년 6월 흥국생명으로 또 다시 자리를 옮겼다.
김용권 전 사장에 이어 2013년 6월부터 흥국화재를 이끌어 온 윤순구 전 사장도 임기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윤순구 전 사장의 후임인 조훈제 현 사장 역시 임기 1년 7개월여 만에 물러나게 됐다.
최근 10년 새 흥국생명 사장 가운데 김용권 전 대표를 제외하곤 임기 2년을 넘긴 흥국화재 수장이 전무하다. 보험사 대표의 임기가 3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흥국화재 사장 자리는 상당히 빈번하게 교체되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태광그룹 인사 스타일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잦은 인사 교체가 장기 투자시스템이 필요한 보험산업에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업계 특성상 길게 호흡 하며 기업을 운영해야 하지만 임기가 2년도 채 되지 못한다는 것은 회사 성장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며 “언제 사표를 제출해야 할지 모르는 사장자리이기 때문에 외부출인을 영입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흥국화재측은 “문 부사장이 흥국생명 영업을 총괄할 만큼 뛰어나기 때문에 사장 후보군에 오르긴 했지만 예정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는 “표면적으로 사장이 자주 교체된 것으로 보이지만 오영일 전 태광그룹 부회장과 변종윤 전무는 쌍용화재 인수추진단 단장과 부단장으로 활동하면서 공을 인정받아 취임했고 변종윤 전무는 흥국생명으로 영전한 것”이라며 “윤순구 전 사장은 자신의 경영 스타일과 맞지 않아 사의를 표명했고 더 좋은 곳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