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권을 뺏기면 장래가 어찌 될 지는 두고 봐야겠죠.”
증권감독원 출신인 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최근 이같이 말했다. 금융위원회가 증권범죄 조사 업무를 강화하면서 금융위의 집행기구인 금감원의 위상 약화를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 지난 10일 서울 모처에서 열린 증감원원우회 송년 모임은 예전과는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랐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증감원원우회는 증감원 원로부터 금감원 현직 등 100여명이 참여한다. 올해 금감원 현직은 이동엽 부원장, 이은태 부원장보가 참석했다. 원로는 김행민 전 증권감독원 부원장보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처럼 전ㆍ현직 출신이 참석하는 증감원원우회 송년회는 부드러운 분위기로 행사가 진행돼 왔다. 참석자들은 업무 현안보다는 소회를 털어놓는 것이 주된 관심사다.
그러나 올해 행사에는 증감원 출신의 위상 문제도 간혹 거론됐다. 한 참석자는 “증감원의 전문성이 단번에 무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었다”며 “‘현직은 앞으로 갈 데가 없겠다’는 우스갯소리도 오고 갔다”고 말했다.
증감원은 1976년 설립됐으며 1999년 은행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과 합쳐져 금감원이 됐다. 금감원에 합쳐지기 이전, 또 그 이후에도 증권범죄 조사 업무를 증감원 출신 등이 도맡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이 금감원에 없는 압수수색과 같은 강제조사권을 활용, 괄목할 성과를 내고 있다. 이 때문에 금감원의 증권범죄 조사 업무가 상대적으로 위축된 것 아니냐는 평가를 업계 안팎에서 내놓고 있다.
다음달로 예상되는 금감원의 조직 개편에도 증감원 출신들이 관심을 쏟고 있다. 이번 조직 개편에서 2013년 설립된 특별조사국이 자본시장조사1ㆍ2국에 흡수될 것이란 얘기가 금감원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과 금감원 특별조사국은 2013년 함께 출범했다. 그러나 이후 무게 중심이 자본시장조사단에 실리면서 특별조사국은 폐지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다.
특별조사국은 현재도 인력의 40%가량이 자본시장조사단에서 파견 근무하고 있다. 상당한 인력이 이미 자본시장조사단에 나가 있는 만큼 ‘국’ 체제를 유지하기보다는 자본시장조사국에 흡수돼 금융위 조사업무의 보조 역할 정도로 업무가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물론 다른 시각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특별조사국은 현재 조사 중인 사안도 있고 사람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오히려 인력을 확대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