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보험가격 자율화를 선언했지만 보험개발원이 참조요율 변경을 통해 보험가격을 일정 부분 통제하고 있어 실질적인 자율화는 아니라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참조요율이란 말 그대로 보험가격 산정 시 참고하라는 일종의 기준이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개발원은 내년 실손보험료 책정기준이 되는 참조요율을 다시 산정했다. 재산정된 참조요율은 담보별로 인상폭을 나눠 결정됐다. 실손보험의 경우 상해입원·상해통원·질병입원·질병통원 등 4가지 담보로 구성된다.
손해율이 높은 상해통원은 내년에 보험료가 전 연령대에 걸쳐 30% 가까이 오른다. 다른 3가지 담보의 경우 인상률의 편차가 심해 평균적 실손보험 인상률은 최대 15%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실손의료보험이 오르면서 보험개발원이 참조요율을 재산정하면서 보험사들 역시 이에 맞춰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를 책정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보험가격을 최대 30%까지 인상할 수 있도록 했지만 참조요율 변경을 통해 실질적으로는 상승폭을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즉 보험개발원의 참조요율이 남아 있는 한 상품 가격이 여기에 맞춰지기 때문에 실질적 가격 자율화는 아니라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부 대형사들의 경우에만 자체적으로 요율을 산출할 수 있는 데이터와 인력이 확보돼 있다”며 “대부분의 보험사가 자체 요율 산출 능력이 없기 때문에 가격 자율화가 됐지만 보험개발원의 참조요율을 사용할 수밖에 없어 실질적 가격 자율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진정한 가격 자율화를 위해서는 보험사들이 자체 요율을 산정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시장에서 보험 가격에 대한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며 “당장은 중소형 보험사들로 인해 힘들지만 보험요율 역시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금융당국과 보험개발원 측은 참조요율은 보험사들이 어디까지나 참고하는 사항일 뿐 규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보험가격을 자체적으로 산출할 능력이 부족하고 비용절감 등의 이유로 참조요율을 이용해 산정하는 것”이라며 “규제가 아니기 때문에 참조요율에 맞출 의무는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