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테크윈이 보유 중이던 한화종합화학 지분 전량을 4418억원에 처분하면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에 나설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화테크윈은 9일 계열사인 한화종합화학 지분 23.38%(1297만973주) 전량을 장외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매각 상대방은 한화종합화학이며 매각 대금은 4418억원이다.
한화테크윈은 매각 이유로 “비영업자산의 유동화로 재무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한화테크윈은 연결기준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1조8574억원에 영업손실 449억원, 순이익 53억원을 기록 중이다. 부채총계는 2조165억원, 자본총계는 1조8643억원으로 부채비율은 108.2% 수준으로 재무 안정성은 준수하다.
이에 재계에서는 한화테크윈이 내년 인수합병(M&A) 시장에 풀릴 것으로 관측되는 KAI 인수에 대비해 실탄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때마침 구조조정과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두산그룹이 KAI 지분 5%를 매각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이러한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M&A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지난달 KAI 주주협의회에서 공동매각기한 해제를 합의하고 개별 거래를 검토했으며 SPC 디아이피홀딩스를 통해 보유 중인 KAI 지분 5%를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잠재 인수후보로 꼽히는 한화그룹 등 인수자에 의사를 타진할 전으로 전해졌다.
한화테크윈은 KAI 1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26.75%)에 이어 현대자동차와 함께 10%씩 지분을 가진 2대주주다. 현대자동차 역시 주요 인수 대상자로 꼽히고 있으나 사업 연관성도 한화테크윈보다 적은 데다 현대차그룹 측은 인수를 부인하고 있다. 이에 한화그룹이 먼저 두산그룹 소유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 지분 선취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KAI 지분 5%의 현 시가는 약 3900억원 규모다.
다만 한화그룹과 한화테크윈이 M&A를 부인하는 데다 KAI 주가가 급등해 한화그룹이 인수하기에는 부담스럽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KAI의 주가는 2011년 상장 후 4년 만에 2만원대에서 7만원대까지 올랐다. 현재 주가로 산은 지분을 환산하면 2조원을 훌쩍 넘는다.
한화테크윈 지분 매각과 관련해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테크윈의 올해 경영 상황이 좋지 않고 재무건전성을 확보해야 해 지분을 매각한 것으로 안다”며 “그룹에서 KAI M&A를 검토한 바도 없다”고 강조했다.
한화테크윈 관계자 역시 “지분 매각은 공시 내용대로 비영업자산의 유동화 성격이 크다”며 “내년에 2500억원 규모의 차입금을 상환하거나 운영자금으로 활용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