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12월 9일 肉食者鄙(육식자비) 고기를 먹는 자들은 안목이 짧다

입력 2015-12-0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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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12월 6일자에 이야기한 빈천교인(貧賤驕人)은 가진 게 없어 오히려 당당한 선비를 말할 때 쓰는 성어다. 이와 달리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지만 무능하거나 제 욕심만 챙기는 벼슬아치들을 낮춰 부를 때 육식자비(肉食者鄙)라고 한다. ‘고기 먹는 자들은 식견이 낮고 속되다’는 뜻이다. 춘추좌씨전 노장공(魯莊公) 10년 기사에 나오는 말이다.

제환공의 군대가 노나라를 공격해 장공이 응전하려 할 때다. 조귀(曹劌)가 장공을 알현하려 하자 사람들이 “고기 먹는 자들이 다 알아서 할 텐데 왜 또 끼어드는가?”[肉食者謀之 又何間焉]라며 말렸다. 그러자 그는 “고기 먹는 분들은 식견이 낮아서 멀리 도모할 수 없다네”[肉食者鄙 未能遠謀]라고 했다. 조귀는 조말(曹沫)로도 불린다.

육식자비는 고기를 먹기 어려운 시대에 나온 말로, 지위가 높고 잘사는 사람들에 대한 반감이 담겨 있다. 잔치라도 하듯이 매일 고기를 먹는 요즘 같으면 肉食者肥, 고기 먹는 사람들은 비만해진다고 말해야 할 판이다. 육식은 비만은 물론 대장암의 유발요인이다.

가정(稼亭) 이곡(李穀•1298~1351)의 시 ‘영양 신촌의 이 거사에게 부치다’[寄英陽新村李居士]에도 육식이 나온다. “신촌 경치 좋은 곳에 맑은 초당/세상 모두 잊고 아침엔 꽃 저녁엔 달구경/예전엔 곁에서 모시며 시와 술을 나눴는데/어느새 또 벼슬길에서 공명을 좇다니/푸른 산은 전처럼 탈 없이 잘 있으련만/흰머리는 불공평해서 후생을 속인답니다/난리 후로 함께 취하고 싶은 마음 더 간절한데/원래 육식은 여갱 보기 부끄러우니 어떡하나요”[新村勝處草堂淸 月夕花朝不世情 詩酒昔曾陪杖屨 風塵忽復走功名 靑山無恙似前日 白髮不公欺後生 亂後更思同一醉 從來肉食愧藜羹]

여기 나오는 육식은 이곡 자신이다. 여갱(藜羹)은 나물국 먹는 청빈한 선비 이 거사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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