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민의 현장] 전인지의, 전인지를 위한 대상시상식

입력 2015-12-08 14:41 수정 2015-12-08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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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지가 7일 열린 2015 KLPGA 대상시상식에서 7개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마지막 대상 수상 후 소감 발표에서는 가족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하며 눈물을 흘렸다. (KLPGA)
▲전인지가 7일 열린 2015 KLPGA 대상시상식에서 7개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마지막 대상 수상 후 소감 발표에서는 가족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하며 눈물을 흘렸다. (KLPGA)

전인지(21ㆍ하이트진로)를 위한 드라마였다. 무려 7차례나 시상대에 올라 5차례의 수상 소감을 밝혔다. 전인지는 2부 첫 수상자(베스트 플레이어 트로피)이자 마지막 대상 수상 주인공이었다. 대상 수상을 위해 시상대에 오른 전인지는 가족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한편의 가족 드라마다. 7일 열린 2015 KLPGA 대상시상식 풍경이다.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주역 전인지가 7개의 트로피를 손에 쥔 건 당연한 결과다. 전인지는 올 시즌 KLPGA 투어 20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 5회(메이저 대회 2승) 포함 톱10에 11차례 이름을 올리며 다승왕과 상금왕(9억1376만833원), 최저타상(70.56타), 대상(435포인트)을 휩쓸었다.

특히 전인지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 US여자오픈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내년 시즌 LPGA 투어 시드를 따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메이저 대회에 3차례 출전해 2번이나 우승컵을 거머쥐며 한국과 미국, 일본 투어 메이저 대회를 한 시즌에 전부 석권하는 전무후무한 기록도 남겼다. 게다가 긍정적인 마인드와 바른 인성까지 지녔다. 그래서인지 골프선수로는 드물게 많은 팬클럽(플라잉덤보) 회원의 지지를 받았다.

사실 올 시즌 KLPGA 투어는 흥행을 장담할 수 없었다. 김효주(20ㆍ롯데), 김세영(22ㆍ미래에셋), 장하나(23ㆍ비씨카드), 백규정(20ㆍCJ오쇼핑) 등 KLPGA 투어 대표 주자들이 대거 LPGA 투어로 활동 무대를 옮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KLPGA 투어엔 전인지가 있었다. 그는 시즌 초반부터 구름 갤러리를 대회장으로 불러들이며 투어 흥행을 이끌었다.

▲2015 KLPGA 대상시상식을 전인지를 위한 행사였다. 무려 7개의 트로피를 거머쥐며 올 시즌 KLPGA 투어의 주역임을 입증했다. (KLPGA)
▲2015 KLPGA 대상시상식을 전인지를 위한 행사였다. 무려 7개의 트로피를 거머쥐며 올 시즌 KLPGA 투어의 주역임을 입증했다. (KLPGA)

전인지는 이날 대상시상식에서 한해 농사에 대한 땀과 눈물을 보상받았다. 어쩌면 7개의 트로피로는 부족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두의 축제여야 할 대상시상식에서 특정 선수의 트로피 독식에 대해선 아쉬움이 남는다. 골프는 다른 종목에 비해 특정 선수의 다관왕 탄생 가능성이 높다.

평균타수가 낮은 선수가 많은 우승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고, 우승이 많을수록 상금왕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평균타수와 다승, 상금, 대상은 비슷한 맥락에서 미묘하게 엮여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야구의 타격왕은 홈런왕이 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홈런왕과 도루왕은 말할 것도 없다. 축구의 득점과 도움, 농구의 득점과 어시스트도 전혀 다른 맥락이다.

물론 골프의 오랜 전통과 관행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날 시상식에는 특정 선수에게 수상에 수상을 더했다는 느낌을 씻어내기가 어려웠다. 대상과의 차이점이 모호한 베스트 플레이어 트로피(기자단 투표)와 인기상(기자단 투표+온라인 투표)이 추가, 전인지와 박성현(22ㆍ넵스)이 수상 영예를 안았다. 인기상의 기자단 투표에서는 전인지가 박성현에 2배 가까이 앞섰지만 온라인 투표에서 박성현이 근수한 차이로 전세를 뒤집었다. 결국 전인지가 8차례나 시상대에 오를 수도 있었던 것이다.

더 아쉬운 건 올 시즌 KLPGA 투어의 숨은 영웅들을 대상시상식장에서 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매년 획득 상금의 10% 기부 약속을 7년째 이행한 김해림(26ㆍ롯데), 2009년 데뷔해 7년간 단 한 경기도 쉬지 않은 장수화(26ㆍ대방건설), 비록 이벤트 대회지만 왕중왕전과 챔피언스 트로피, 4개 투어 대항전 더퀸즈에 KLPGA 투어 대표로 출전한 배선우(21ㆍ삼천리)는 대상시상식에 설 자격이 없었던 걸까.

시즌 성적에 상관없이 단 한 차례라도 우승한 선수는 위너스 클럽으로서 시상대에 오를 수 있는 노골적 승리지상주의가 ‘함께해요 KLPGA’라는 협회의 투어 활성화 캠페인과 부합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모두가 우승자에게 주목해도 숨은 영웅을 찾아 의미를 부여하는 게 협회의 일이다. 그것이야 말로 모두와 함께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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