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열풍이 뜨거웠던 한해가 지나가면서 연말 부동산 시장 역시 한풀 꺽인 모습이다. 매매시장을 비롯해 고공행진 하던 전세가격이 하락하는 지역이 속출하고 있다. 수천대 1의 청약열풍을 낳은 분양시장 역시 미분양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7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전국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0.05%로 지난주(0.08%)보다 둔화됐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상승폭 역시 지난달 2일(0.14%) 이후로 5주 연속 줄어들고 있다.
그동안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저금리를 이용한 매매전환 수요가 아파트값 상승을 이끌었지만 미국 기준금리 인상 전망과 가계부채 후속대책 발표 예정으로 구매심리가 위축됐다.
수도권(0.06%)에서 서울과 경기는 상승폭 축소됐으며 인천은 동일한 상승폭이 유지됐다. 특히 서울 아파트 가격의 상승률은 0.09%에 그치며 지난주 0.14%에 비해 상승폭이 축소됐다.
실제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노원구 상계동 소재의 전용면적 49㎡ 아파트는 지난 10월 3억500만원에 거래됐지만 이달 초 2억8500만원에 매매가 됐다. 구로구 구로동 소재의 전용면적 84㎡의 한 아파트 역시 지난달 4억9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이달 이보다 2100만원 떨어진 4억69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전셋값은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에 따른 전세 물량 부족으로 상승세는 이어 갔으나 거래량 감소와 신축 아파트 입주 증가로 상승폭이 둔화됐다.
경기도는 신규 입주물량이 확대되면서 전세가격 하락 지역이 늘어났다. 판교는 0.05% 하락세를 기록했으며 과천(-0.17%), 김포(-0.09%) 등 서울, 인천, 경기 모두 지난주 대비 상승폭이 축소됐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11월 들어서면서부터 상승세가 확연하게 둔화되는 패턴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계절적인 비수기를 포함해 12월달 미국 금리인상 우려와 함께 여신심사 강화방안이 지연되고 있지만 내년에는 시행될 것으로 보여지는 탓에 내년 초까지는 시장 관망세가 우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한해 뜨겁게 달아올랐던 분양 시장 역시 겨울철이 되면서 열기가 가라앉고 있다. 청약미달 단지가 속출하고 미분양 역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일 1순위 청약 마감을 했던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 서산 테크노밸리’는 1순위 청약 접수 결과 566가구(특별공급제외) 모집에 488가구가 미달됐다. 하루 앞서 1순위 청약 접수를 했던 현대산업개발의 ‘일산 센트럴 아이파크’ 역시 1순위 접수 결과 총 1778가구(특별공급제외) 모집에 1144가구가 미달됐다. 2순위를 접수한 후에야 평균 1.32대 1로 간신히 전 주택형이 순위내 마감을 했다. 현대건설의 ‘파주 힐스테이트 운정’은 총 2992가구(특별공급제외) 중 2882가구가 미달됐다. 1순위 접수에 나선 통장이 170개에 그친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청약 미달은 결국 미분양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반응이다.
파주 인근 공인중개사는 “올해 미분양이 줄어드는 것 같아서 한숨 놓았는데 하반기 들어서 분양이 많아지면서 미분양만 증가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실제 파주지역 9월 미분양 가구수는 237가구였지만 10월 기준 574가구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미분양 가구수의 증가는 앞서 지난 10월부터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도 미분양 가구 역시 10월 1만2510가구로 한달전 보다 8% 가량 많아졌다. 서울 미분양 역시 지난 10월 264가구로 5% 증가했다.
다만 미분양 가구수의 증가로 향후 주택시장을 전망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미분양 가구수는 경기후행지표이기 때문에 이 수치를 가지고 향후 주택시장을 전망하기는 어렵다”며 “하지만 올해 아파트 가격이 상당히 많이 올랐기 때문에 현재 나타나는 것처럼 매매거래량과 가격, 전셋값 등의 상승 둔화는 내년에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