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증권사에서만 10년을 근무한 이모(37) 씨의 말이다. 그는 현재 이직을 고려 중이다. 겨울이 찾아왔지만 빙하기가 오기 전에 회사를 옮기겠다는 것이다.
국내 증권사의 지난 2분기 실적 합계가 1조원을 웃돈 것은 반짝 실적에 그칠 것으로 이 씨는 내다보고 있다. 내년에는 중국 경기침체와 선진국의 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증권가의 긴축경영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얘기다.
그는 “회사를 옮기려는 계획, 아직 동료들에게는 말 못했습니다. 장래성이 있는 직업인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고 토로했다.
올해도 증권가의 희망퇴직이 줄을 이을 것이란 전망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미 상반기에 하이투자증권과 아이엠투자증권, 대우증권이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최근에는 하나금융투자가 근속기간 7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증권사들은 올해 지난해보다 실적이 좋아졌다. 그러나 향후 증시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으면서 몸집을 더 줄일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 희망퇴직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번에 희망퇴직을 실시한 증권사의 관계자는 “올해는 희망퇴직을 강제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마음이 편치는 않다”고 말했다.
대규모 인수ㆍ합병(M&A)이 구조조정을 촉발할 것이란 시각도 적지 않다. 산업은행이 매각을 진행 중이 대우증권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가 미래에셋이나 한국투자증권에 인수되면 중복 지점 및 사업영역 부문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은 불가피 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우증권의 한 관계자는 “M&A 후 사업재편과 구조조정은 당연한 수순 아니냐”며 “이 때문에 직급이 올라갈수록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이외에 케이프에 매각된 LIG투자증권은 이 회사와의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또 현대증권이 다시 매물로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M&A로 시작되는 구조조정이 끝이 아닐 것이란 얘기다.
금융, 증권업계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점도 증권사의 잠재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은행은 점포를 무기로 상품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반면 그룹에 은행이 없는 증권사의 경우 이들의 공격적인 영업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자산운용사와 증권사의 시장이 겹치고 있는 것도 업계 간의 통폐합이 이어질 것으로 보는 이유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그 어느 누구도 수수료 싸움에서 연기금을 이길 수 없다”며 “업계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회사 간의 통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