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악화로 신용등급이 낮아지는 국내 기업 수가 외환위기 수준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7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해 신용등급이 낮아진 기업 수(부도 포함)는 지난달 말까지 58개로 작년 연간의 47개보다 11개 많았다. 반면 올해 신용등급이 올라간 기업 수는 작년의 절반 수준인 8곳이었다.
기업 신용등급 조정이 연말에 추가로 이뤄지면 올해 등급이 낮아지는 기업 수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의 63개를 넘어설 전망이다.
업종별로는 건설과 조선산업에서 신용등급이 낮아진 기업들이 많았다. 건설업종에서 등급이 하향 조정된 기업 수는 9곳이다. 기업별로는 롯데물산(AA-), 계룡건설산업(BBB), 대원(BB), 동부건설(D), SK건설(A-), GS건설(A), 태영건설(A-), 포스코건설(A+), 한화건설(BBB+)의 등급이 내려갔다.
조선업종에서 신용도가 낮아진 기업은 5곳이다. 대우조선해양이 A+에서 BBB-로 내려갔다. 삼성중공업도 AA에서 A+로 하향 조정됐다. 현대미포조선의 신용등급은 A+에서 A로, 현대중공업은 AA에서 A+로 각각 낮아졌다.
이외에 캐티팔 등 기타금융업종(5개), 정유·기계·해운(각 3개)과 항공·유통(각 2개) 업종의 기업들도 신용도 추락을 피하지 못했다. 철강업종에서는 동국제강이 A-에서 BBB-로 내려갔다. 항공사 중에는 대한항공이 A-에서 BBB+로, 아시아나항공이 BBB+에서 BBB로 각각 낮아졌다.
기업들의 신용도가 전 산업에 걸쳐 내려가는 것은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장기 불황을 겪는 건설, 조선, 중공업 부문 기업의 현금흐름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기업 신용의 불신 사태도 발생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330개 내외 대기업의 신용위험 평가를 이달 안에 완료할 것"이라며 "C등급 기업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으로 조기 정상화를 돕고 D등급에 대해선 회생절차를 통해 신속한 시장 퇴출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