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방에 TV드라마가 첫 선을 보인 것은 1956년 5월 상업방송인 HLKZ-TV가 개국한 때부터다. 최창봉PD가 홀워시 홀의 ‘사형수’를 원작으로 해 연출한 드라마가 한국 최초의 TV드라마다. 그리고 1961년 12월 KBS-TV가 개국하면서 유치진의 원작 ‘나도 인간이 되련다’ 등 수많은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제작됐다. 지난 60년간 한국 TV드라마는 국민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콘텐츠이자 한류를 일으킨 핵심 콘텐츠였다.
하지만 지난 60년간 드라마의 기술과 장비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지만 제작관행은 변화하지 않았다. 방송을 하면서 제작하는 날치기식 관행이 여전하다. 심지어 그날 내보낼 방송을 그날 제작하는 생방송 드라마를 방불케 하는 제작상황이 비일비재하고 벌어지고 쪽대본이 남발된다. 급하게 제작되다보니 드라마 방송도중 음향, 영상, 자막사고 등 방송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또한 일부 연기자들은 무리한 드라마 촬영일정 강행으로 피로와 부상 등에 시달리는 부작용이 자주 발생한다.
김혜자는 “쪽대본으로 연기자가 어떻게 연기를 준비하고 진정성이 있는 연기를 할 수 있겠어요. 정말 말이 안됩니다. 열악한 드라마 제작환경이 개선돼야 한국 드라마가 도약할 수 있습니다”고 말한다.
물론 그동안 ‘비천무’ ‘사랑해’(2008년) ‘로드 넘버원’(2010) 등 극소수 작품이 사전제작 됐지만 흥행 참패였다.
방송사와 제작사들은 방송편성의 불확실성, PPL문제, 트렌드와 시청자 반응의 수용한계 등의 이유를 들며 사전제작 드라마를 기피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들어 60년 숙원인 사전 제작 드라마가 속속 등장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스타 작가 김은숙이 극본을 쓰고 한류스타 송혜교와 송준기가 주연을 한 ‘태양의 후예’는 내년 2월 방송 목표로 지난 5월부터 제작에 돌입했고 이영애가 ‘대장금’이후 11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작 ‘사임당 더 허스토리’는 지난 8월부터 제작에 들어가 내년 하반기에 방송할 예정이다. 내년 방송예정인 수지 김우빈 주연의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 박해진 김고은 주연의 ‘치즈 인 더 트랩’ 등 사전 제작 하는 드라마들이 속속 등장했다.
왜 그런 것일까. 한국드라마의 제작 환경이 개선된 것일까. 제작사와 방송사의 인식 전환이 된 것일까. 아니다. 최근 들어 사전제작 하는 드라마가 속속 등장하는 것은 한국 드라마의 질적 발전과 제작환경을 개선하려는 의지 때문이 아닌 오롯이 중국시장에서의 수익을 창출하기위해서다.
중국 정부가 올해부터 해외에서 제작된 드라마를 비롯한 동영상 콘텐츠를 온라인 등에 공개하기 전에 사전 심의하는 제도를 시행하면서 사전제작 하는 한국 드라마가 생겨난 것이다. 우리 방송사와 외주제작사가 국내에 드라마를 방송하는 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중국 인터넷 등을 통해 전달돼 방송이 끝나면 중국 판매가 여의치 않다. 중국 당국의 심의를 받은 뒤 중국 방송이나 인터넷에 한국 드라마가 소개되면 이미 중국 시청자나 네티즌들이 작품을 시청한 경우가 많아 인기도 급락한다. 이 때문에 제작사나 방송사가 드라마를 사전 제작해 중국 당국에 심의를 거친 뒤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방송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한국 드라마를 높은 가격에 중국 인터넷사나 방송사에 판매할수 있을뿐더러 중국 시청자나 네티즌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